2014년 10월 16일 오전 9시에 방송된
양희은 강석우의 남성시대 프로그램에 방송된
제 아내의 대장암 발병 이야기의 방송원문 글입니다.
망고 세알 값 눈물 세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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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일
무표정한 여의사의
말한마디 대장암입니다.
언제부터 암이란 단어가 이리도 쉽게 뱉으수 있는 말이었나?
갑자기 머릿속이 하얀색으로 채워진다.
CT찍고 조직검사하고
10월 6일 검사결과 보러 오라는
말을 뒤로하고는 병원문을 나선다.
10월2일
어제 가려던 시장을 못 가고
오늘 아침 부지런을 떤다.
1시반 미팅이 있기에
9시에 조용조용 옷을 챙겨 입는데
옆지기의 뒤척임을 뒷통수에 느낀다.
왜?
벌써 일어났어
한 잠도 못 잤을텐데
부스스 눈을 뜬 채 아무 말이 없다.
나 시장 갔다올 께
이것저것 살 것이 몇 가지 있네
말없이 고개만 끄덕인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여보~~
.
.
꿈이었으면 좋겠다.
모든것을 체념한 것 같은 목소리로
나즈막하게 한마디 던진다.
순간 숨이 턱 막혀온다..
뭐라 할 말이 없다.
잠시
떨어지는 머릿카락 소리가 들릴 정도의
정적이 감돈다.
말주변 없는 나
그러게 꿈일거야
너무 걱정하지마 라는 말 밖에는..
여보~~~
힘이 없어 못 쫒아가겠어
혼자 갔다 와 라는 말을 뒤로 현관문을
잠그는 발등에 뜨거운 눈물이 떨어진다.
때 맞추어 빗방울이 떨어져
나의 눈물을 감추어 준다.
출근길의
김밥집 아주머니 손주를 업고
할아버지 가신다 할아버지 ~~~ 하지만
귓전에 들리지 않는다.
멍하니 앞만 바라보며 걷는 내가
이상한 듯 더 이상 말을 못하고 혼잣말을
등에 업힌
알아듣지도 못하는 손주에게로의 웅얼거림을
스쳐지나오는 나의 발걸음은
인생을 포기한 사람의 발짓이다.
발끝에 힘이 없다.
무릎이 맥없이 꺾여 주저 앉을 것 같다.
괜한 아버지 원망이 든다.
남겨 놓고 가신 땅 제대로 나눠 주고 가셨으면
고생 좀 덜했을 텐데
이런 고통도 받지 않았을 텐데
23살에 시집와서
시어머니 간병과 시동생들 뒷바라지
집안 대소사 챙기느라
꿈 같은 신혼시절도 못보내고
이제 숨 좀 돌리려는데
부질없는 생각이지만 아버지에게라도
원망을 돌려야 그나마 살 것 같다.
가계에 들려 구입물품 메모지를
챙기는 손이 눈물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전생에 무슨 죄를 많이졌기에
나에게 이런 고통을 주는 걸까?
남들에게 갖은 욕 다 먹으며
못되게 사는 사람들은 잘 사는데
착한 사람들은 하고싶은 말 참고 살아
화를 키워 병을 얻는 것 같다.
결코 바보라서 말을 못하는 것이 아닌데
많은이들이 오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오늘따라 커피 한 잔이 독약 같이 쓰다.
반쯤 마시다 들고는
애마를 일으켜 세운다.
가자 내 친구~~
할 일은 해야지
농땡이치다 걸리면 울 마눌 한테 혼난다.
이른 오전이라 그런지
주차장의 이빠진 자리가 듬성 등성
눈에 들어올 만치 조용하다.
개똥도 쓰려면 없다고
주머니속에서 항상 노닐던 학이 안 보인다.
우렁이가 없어서인가
하는 수없이 세종대왕 다섯 분을 모시고
학을 손에 쥔다.
왠지 허전해온다.
어깨가 가볍다.
사진을 배우기 시작한 7년 그후로
처음으로 카메라를 손에서 놓았다.
사진도 재미가 없다.
항상 곁에서 거들어 주는 옆지기의
한마디의 말이 사진에 열정을 쏟는
힘의 원동력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느낀다.
이제까지 나를 위해 찍었던 사진이 아니었음을
옆지기의 잘 찍었네 소리를 듣고 싶었던
것이었다.
카트를 밀고가는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마트의 진열대 위에서 선택되기를
기다리는 물건들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몇 바퀴를 건성 돌고 있는
내 모습에
옆구리가 허전해져 옴이 느껴진다.
옆지기가 재잘 재잘거리며
뒤를 따랐을 때 느끼지 못했던 감정에
갑자기 시야가 흐려져 온다.
사는 것이 무엇인지
부부의 인연이 무엇인지
이제 60을 바라보는 나이에 느끼고 있다.
한참만에 몇 가지 되지도 않는 물건을
카트에 싣고는 인생의 길목같은
계산대를 빠져 나온다.
마트 문 앞에 즐비한 과일가게
갖가지 과일이 얼굴에 화장을 하고
누군가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빨간화운데이션으로 치장한 사과
노란 손수건으로 얼굴을 감싼 감
수줍음에 얼굴을 못 드는 빨간홍시
신혼부부 아들 많이 낳으라고
수북이 쌓여 있는 알밤
하지만 내 눈에 들어오는 과일이 없다.
나의 눈은 어느사이에
옆지기가 좋아하는 망고를 찾고 있음을
발걸음이 알려 준다.
과일 가계를 모두 뒤졌지만
망고가 안 보인다.
한 바퀴를 더 돌며 망고 계절이 끝났나?
혼잣말로 뇌깔이는데
열 개 남진한 노르스름한 과일이 눈에 뜨인다.
순간 얼어 붙듯 멈추어버린 발걸음
어느사이에 나의 손에는 싱싱한 망고가
들려 있다.
사장님
망고 얼마에요?
네~~
안녕하세요
6,000원 입니다
다른 때 같았으면 얼굴색이 변해 바로
내려 놓았을 망고,
오늘은 말없이 손에 들고는
하나 더 주세요
아니 하나 더 요
아니 다 주세요 하려다
많이 사왔다고 구박할것 같아
( 구박해도 좋다 건강만해다오 )
세 개만 주세요 하는 내 손에는
어느틈엔가 검정 봉다리가 들려 있다.
실려 있는 물건도 몇 개 안 되는데
카트의 앞이 잘 안 보인다.
시야가 흐려진다.
3년 전
여보~~
저 사람은 뭐하는데 저런 차 가지고
시장 보러 다닐까?
부럽다.
나도 저런 차가지고 시장 보는 게
꿈인데 하고는 몇 일
지난 뒤
여보
이거 ~~~
뭔데?
내미는 손에는 손때 묻은 통장이 들려 있다.
통장 채워 달라고?
아니~~
이사 가려고 모으는 돈이야
보태서 사
맘에 드는 차
보약 한재 해먹으라고 구박 구박 했는데,
옷 한 벌 사 입으라고 잔소리 잔소리 퍼부었는데,
아이들 위해
남편 위해
안 먹고 안 쓴 사랑으로 똘똘 뭉친 쌈짓돈을
선뜻 내밀었는데,
나는 그깟 몇 천 원짜리 망고 하나를
선뜻 사주지 못했던 미안함에
설움이 복받쳐 오른다.
가슴이 먹먹해져 오며
갑자기 감정이 격해온다.
카트의 물건을 자동차에 내 팽개치고는
문을 닫고 앉아 목 놓아 울었다.
꺼이~~ 꺼이~~
꺼이~~~ 꺼이~~~~~
아버지 돌아가셨다 해도 나오지 않던 눈물이
나이가 들어 다 말랐을 것 같은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져 내린다.
한참을 어깨를 들먹이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옆지기다 받을 수가 없다.
재차 울려 대는 전화
마음을 진정시키며
여보세요~~~
(코맹맹이 소리를 억지로 태연한 척)
어디에요?
배고파요 ~~~~
목소리가 아침과는 다르게 화창하다.
어~~
시장
이제 간거야?
아니 다 보고 가려고
조금만 기다려 곧 갈께
전화를 끊고 나니 또 눈물이 흐른다.
내색 안 하려고 애쓰는 옆지기의
목소리를 들으니 가슴이 미어져 온다.
시장을 나와 성산대교를 건너는 내내
눈물로 앞이 가리고
차창에 부딪히는 빗방울에 앞이
가려도 아무 생각이 없다.
차창의 와이퍼도 작동을 멈추었는데
나의 시간도 이 상태로 머물렀으면
얼마나 좋을까?
시간 맞추어 나와 기다리는
옆지기의 얼굴이 무슨 일 있었던
사람 같지 않게 해 맑다.
뭐 먹을까?
글쎄
아직은 고기를 먹지 못하니
몸에 좋은 청국장 한 그릇씩 할까?
알겠어
집 근처의 청국장집에 도착
사장님~~
청국장 둘 요
집에서 자고 있을 딸램이 걸린다.
한 그릇은 포장이요
점심을 먹고 나니
부슬부슬 내리는 빗방울이
차창을 씻어 내린다.
가계에 갔다가 쉬었다 올라가겠다는
옆지기와 잠시 시간을 함께 하며
과일 먹을까?
묻는 옆지기에게
사과 한 알 포도 한 송이와
검정 비닐 봉투를 내려 놓는데
궁금함에 옆지기의 동공이 커진다.
뭐래요?
열어 봐~~~
뭔데???
망고 ~~
참 멋대가리 없다.
미사어구 한마디 붙여서 말해주면
감동 백배일 텐데
마눌 한 사람 감동 못시키면서
노가리호프 하는 후배들에게는
감성영업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이야기를 하면서,
오늘도
노가리호프집을
해 보겠다는 친구와의 미팅시간을
기다리는데
환자인 옆지기
오히려 태연한 척 나를 안심시킨다.
오래살고 볼일이네
망고를 다 사다주고
의사도 이야기하는데
요즘은 그것 별거 아니라니까
걱정마 관리 잘해서 오래 살께 !!
나의 시선은 빗방울 들이치는
애꿋은 창문만을 응시하는데
여보
자
아 해봐~~~
싫어 자기나 많이 먹어
먹어 봐~~~
마누라가 좋아하는 망고 맛이 어떤지
아냐 자기 먹어
참 이상하네~~
딸램이랑 아빠는
망고가 생선회 냄새가 난다고 그래
맛만 좋은데
망고를 싫어하는 나에게
일부러 먹여 보려 억지를 부리며
깔깔 거린다.
태연한 척 하는 그 마음은 얼마나
크게 아려올까 생각하니
나의 두 눈에서는
또다시 말없이 두 줄기 눈물이 흘러내린다.
어제 대장암 판정을 받고
남의 일로만 생각했던 일이 나의 일이 되어버린 지금
갑자기 세상이 끝나버린것 같아
답답한 마음에 여성시대에 글을 올려봅니다.
양희은 강석우님의 주옥 같은 목소리로
가끔 제 마음을 울렸는데
오늘은 제가 이런 글을 쓰는군요 감사합니다.
벌써 이글을 쓴지도 1년이 훌쩍 넘었지만
다시 포스팅하며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대장암 진단받고 낙담과 좌절을 겪고 계실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와 용기와 희망을 드리고 싶어
제 이야기를 포스팅합니다.
현재 12차 항암종료 8개월 지나고 있으며
건강하게 회복중입니다.
환우분들께 한가지 당부드릴 말씀은 항암치료를 시작하면
24시간 장갑 양말 착용하시고 찬물건 절대 만지지 마세요
숫가락 젓가락도 나무로 바꾸세요
매운음식 절대 불가입니다.
위통 복통으로 엄청 고생하실 수 있습니다.
제 아내도 멋 모르고 먹고 죽다 살아났습니다.
항암으로 인해 위와 장의 점막이 모두 손상을 입어
자극성 음식에 극심한 통증을 유발합니다.
저에게 속는셈 치고 실천해보세요
대장암 발병부터 항암치료 12차까지의 전과정
제블로그에 포스팅했습니다.
현재 대장암 항암치료를 받으시는 환우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군요
http://blog.naver.com/shinjh122 씨아똥의 하루
제 아내는 현재 손발저림 부작용에서 99% 벗어났습니다.
환우님들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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