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덕수궁의 살구꽃 - 박두진 시인의 '어서 너는 오너라

미카엘2015ㅣ설본
2025.04.02 17:45 | 조회 176

복사꽃이 피었다고 일러라.

살구꽃도 피었다고 일러라.

너희 오오래 정들이고 살다 간 집,

함부로 함부로 짓밟힌 울타리에,

앵두꽃도 오얏꽃도 피었다고 일러라.

낮이면 벌떼와 나비가 날고,

밤이면 소쩍새가 울더라고 일러라.

박두진 시인의 '어서 너는 오너라' 中에서

오늘 덕수궁 석어당의 살구꽃을 보러 아내와 다녀왔습니다. 지난 주 수요일에 갔을 때는 감감무소식이었는데 과연 오늘은 꽃이 피었을까? 혹 그 사이에 다 지지는 않았을까? 걱정과 기대를 갖고 찾아갔는데 구름잔득 껴 하늘이 어두웠음에도 궁안이 환합니다. 어디서 이런 환한 빛이 비추나 찾아 가보니 400년생 살구나무가 있는 석어당에 가까워 질수록 눈이 부셔 차마 눈을 뜨기조차 힘들어집니다. 마침네 지는 일년만에 다시 석어당의 살구꽃과 눈물겨운 재회를 하였습니다.

매년 봄마다 석어당을 찾아오곤 하는데 딱딱 때를 맞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작년에는 다 지고 난 후에야 찾아가 땅을 치며 후회를 했었답니다. 지금은 아직 절정은 아니고 반 정도 꽃핀상태입니다. 이번 주말에 가시면 살구꽃이 바람에 흩날리는 장관을 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석어당 살구꽃을 보실 때는 한곳에서만 보지 마시고 동서남북 사방팔방에서 바라봐야 그 진면목을 알 수있습니다. 방향에 따라 살구꽃의 모습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즈음 덕수궁에는 살구꽃 뿐 아니라 시에서 언급한 앵두꽃 오얏꽃은 물론이요 개나리 진달래가 지천으로 폈고 수양벚꽃도 막 피기 시작하여 꽃대궐을 이루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서울에서 사는 재미와 특권중에 하나가 석어당의 살구꽃을 매년 볼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저는 생각합니다. 그만큼 석어당의 살구꽃은 특별합니다. 놓치지 마시고 꼭 보러가세요

시는 이렇게 마무리됩니다.

복사꽃 피고,

살구꽃 피는 곳,

너와 나와 뛰놀며 자라난,

푸른 보리밭에 남풍은 불고,

젖빛 구름, 보오얀 구름 속에

종달새는 운다.

기름진 냉이꽃 향기로운 언덕,

여기 푸른 잔디밭에 누워서

철이야, 너는 늴늴늴 가락 맞춰 풀피리나 불고,

나는, 나는, 두둥싯 두둥실 붕새춤 추며,

막쇠와, 돌이와, 복술이랑 함께

우리,우리, 옛날을,옛날을 뒹굴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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