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지?
별일 없지?
아프지 마
이렇게 서로를
챙겨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기쁨이고 행복인지
누군가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기쁨을 나눌 수 있다는 건
큰 행운인 것 같습니다
맥없이 힘들어지는 날
말도 잃어버리고
웃음조차 멀리하고
싶어지는 날
영혼 없는 사람처럼
멍해지는 날
밥은 먹었는지
감기는 걸리지 않았는지
서로 안부가 되어주는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기쁨이고
행복인지
김순이 시인의 <안부>
며칠 전 출근 준비하며 머리를 빗는 딸에게 잘 잤어? 나름 다정하고 따뜻하게 안부 인사를 전했습니다. 그런데 뽀로통한 딸은 입을 꾹 다물고 본체도 안 합니다. 원래 살갑게 인사하는 타입은 아니라서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그날 하루 종일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요즘 회사일로 번아웃을 경험하고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어떻게 아비의 인사를 이렇게 개무시할 수 있단 말이야 속으로 식식거렸습니다. 결국 저녁에 파김치가 되어 돌아온 딸에게 참지 못하고 서운한 감정을 터트렸습니다. 딸은 자기는 분명 ‘응’이라고 말했는데 아빠가 듣지 못한 거라고 항변하며 회사일에 치여 아침에 일어나면 회사 가기 너무 싫다면서 결국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그날은 그렇게 비 오려다 안온 날처럼 꿉꿉하고 찝찝하게 끝내고 말았습니다. 다음날 사과의 톡을 보내고 나니 딸도 자기가 무심했다면서 자기는 아빠가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아빠라고 생각한다며 면전에서 절대로 하지 않는 달콤한 말을 보내왔습니다. 눈 녹듯이라는 표현을 실감하면서 온몸이 나른해지기까지 하더군요. 그리고 회사 근처 피아노 연습실에서 연주한 나의 신청곡 ‘키쿠지로의 여름’을 녹음하여 무심하게 화해의 선물로 보내왔습니다.
이 세상에서 제일 예쁜 하나밖에 없는 우리 딸 똑순아! 아빠는 아침마다 너의 얼굴을 보며 변함없이 “잘 잤어!” 인사를 건넬 거고 너와 떨어져 있을 때는 “잘 지내지? 별일 없지? 아프지 마” 혼잣말로 네게 안부를 전할 거야. 아비의 간절함이 전해져 네가 별일 없이 잘 지내고 아프지 않을 거라 믿기에.
PS : 구하스에서 찍은 사진을 동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