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원래 천국 사람이었습니다
다니엘 슈만
어머니,
제게 남은 이 생의 마지막 나날이
몹시 괴로울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아니 솔직히 말씀드리면 여러모로 제 생애 최고의 날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머니께서 슬퍼하시면, 저는 제 모든 꿈을 이루기 위해 몇백 년을 더 살아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제게 주어진 시간에 충실했으니, 저는 아무런 후회가 없습니다.
아마도 제가 병에 걸리지 않았더라면 느긋한 마음으로
모두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하는 일이 절대로 없었을 테죠.
이것은 시커먼 구름을 뚫고 찬란하게 쏟아지는 은빛 햇살과 같습니다.
꿈을 이룰 기회도 갖지 못한 채 죽은 사람들이 참 안타깝습니다.
저는 모든 꿈을 이루었는데 말입니다.
제가 천국에 갔느냐고 누군가 묻거든, 어머니 이렇게만 말씀해 주세요.
저는 원래 그곳 사람이었다고.
-어머니를 사랑하는 아들 다니엘 드림
어제 우연히 마음에 큰 울림을 주는 영롱한 시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먼저 천국에 가서 자리 잡고 계신 누군가가 떠올랐습니다. 어쩌면 이 시는 그분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편지처럼 느껴지기도 하였습니다. 특히 ‘저는 원래 천국 사람이었다’라고 하는 마지막 구절에서 긴 한숨을 토해내며 ‘저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의 삶은 얼마나 떳떳하고 당당했을까. 한 번 사는 인생 시인처럼 당당하고 멋지게 살아야 하는데’라고 생각하며 부러운 마음에 나도 모르게 침을 흘릴 정도였습니다.
오늘 아침에 저는 용산가족공원에 다녀왔습니다. 자전거 탈 때는 바람이 불어 더운 줄 모르는데 자전거에서 내려 공원을 산책하려 하니 숨이 턱턱 막혀 힘들었습니다. 그럼에도 꼬마 자동차 붕붕처럼 나를 반겨주는 꽃향기를 맡으니 힘이 솟아 열심히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아직 지지 않은 장미와 수련은 물론이요 플록스라는 꽃의 미모에 푹 빠져 한참을 헤어 나오지를 못했답니다. 그리고 용산가족공원 한 켠에 마련된 텃밭에서 가지꽃과 호박꽃을 만났는데 그들의 미모 또한 장난이 아니더군요. 누가 못생긴 사람 보고 호박꽃이라고 했을까요? 아마 실제 호박꽃을 보지 못한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불어 가지꽃의 보라색은 지금껏 본 보라 중에 최고였습니다.
다니엘 슈만의 시를 읽으며 내가 숨을 거둘 때 아내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하며 실실 웃었습니다.
내가 천국에 갔느냐고 누군가 묻거든, 여보 이렇게만 말해주오
나는 원래 그곳 사람이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