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희귀 혈액암 남편을 둔 보호자입니다.
남편은 올 1월달에 발덴스트롬 글로블린혈증이라는 혈액암을 판정받고 현재 5차 항암중입니다.
62세의 정년을 앞둔 남편의 발병은 저에겐 멘붕 그 자체였습니다. 생전 가족도 간병해 본 적 없는 저에게 가벼운 병이 아닌 암환자의 케어와 남편의 상황은 머리를 하얗게, 혼란스럽게 만들었지요.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모르겠으나 방사선 치료 없이 항암주사와 약으로 병원을 정기적으로 다니며 치료 받고 있으며 손발 저림이나 무릎통증 및 불면증을 겪으며 그럭저럭 지냅니다.
정말 정말 감사한 건 매끼 식사를 참 잘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혼자 간병하고 고생하는 모습이 안스러웠는지 저가 한눈 판사이에 김치 냉장고 김치통을 옮기다가 허리를 삐긋해서 압박골절이 고생을 하고 있어요. 어찌나 속상하고 화가 나는지요. 전에는 걷기 운동도 하고 산책도 했었는데..지금은 꼼짝없이 누워 있거나 앉아 있어야 하니까요.
남편 없는 삶은 생각도 해본 적이 없어서 열심히 간병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요.. 벌써 부터 지치거나 힘들어 하면 안되는데...오늘은 글쎄 바보같은 실수를 해버려서 남편의 상황을 더 악화시킨 것만 같아 너무 심한 자책감이 듭니다.
저녁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평소 집중력 있는 제가 남편 간병하면서 머릿속에 생각이 좀 많아지더라구요. 평소 단무지 스타일이고 매사 긍정적인 저였는데 오늘 따라 저녁상을 차리기 전 남편 음식관련하여 딴 생각을 하다가 식탁에 있는 밥공기와 접시가 주방 바닥에 떨어져서 주방 바닥이 도자기 조각 투성이 였어요. 다행히 남편은 거실 소파에 앉아 있어서 저만 우리 파편이 다리를 스쳐서 약간의 상처가 몇군데 생긴 거 말고는 없었는데요.
그리고 허리 통증이 좀 나아져서 남편이 밝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가 거실 소파에 누워서 티비를 보길래.. 제가 너무 누워만 있지 말고 집안에서라도 좀 살살 걸어 다녀야 허리가 경직되지 않고 그나마 유연해 진다고 했는데. 평소 움직이기 싫어하는 남편이라서요.. 압박골절이 눕거나 일어날때 아프다고 합니다. 일단 일어나서 다닐때는 괜찮다고 해요.
그래서 좀 움직이라고 옆으로 누워있는 남편을 약간 흔들었는데(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느지 순간에 일어난 일이라서 남편도 저도 인지를 못했어요) 남편이 허리가 찌릿하다면서 아프다고 하는 거예요 ㅠㅠ
정말 오늘은 뭐가 안되는 날이었어요. 저녁도 먹는둥 마는둥 하고 갑자기 슬럼프 비슷한 감정이 몰려왔어요
식탁에 마주 앉아 있는 남편에게 나 잘하고 있는거야.. 오늘 나 왜이래! 딴 생각하면 안되는데..집중해야 하는데!
라고 말하니까 생전 울지도 않던 남편의 눈에서 눈물이 막 떨어지네요. 같이 울었어요
음식에 너무 신경쓰지마.. 남들도 다 평범하게 먹어.
이제 시작인데..긴 싸움을 해야 하는데, 간병 초보, 요리 초보, 직장 다니느라 낼 모레 60인 제가 이제까지 너무 편하고 자유롭게 살아온 제가 늦은 밤 이렇게 글을 써 보네요
다 잘될거라 믿고 감사하며 또 내일을 시작해야 되겠지요!
환자와 간병인 가족 여러분 우리 힘내서 화이팅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