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북촌산책 - 유응교 시인의 <부부 관계 유감>

미카엘2015ㅣ설본
2024.05.22 18:19 | 조회 263

방송국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시고

사자성어로 된

낱말 알아맞히기 게임을 하였다.

등 굽은 할아버지가

우리같이 오래오래 함께 사는 인연을

뭐라고 하느냐고 할머니에게 물었다.

그러자 “평생웬수!”

정답은 “천생연분!”

평소엔 티격태격

싸움이 잦은 부부가 있었다.

하루는 아내가 교회에 나가서

목사님의 설교도 좀 듣고

제발 착하게 사는 사람이 되라고

사정하였다.

주일에 교회에서 돌아온 남편이

너무도 고분고분하고 살가운지라

오늘 목사님 설교에

네 이웃을 사랑하라고 하시던가요? 하니

아니, 원수를 네 몸같이 사랑하라고 하던데.

유응교 시인의 <부부 관계 유감>

우리 부부의 북촌 나들이는 광화문광장에서 시작하여 경복궁 정문을 거쳐 법련사 절을 지나 송현 광장에서 잠시 머물다가 재동 초등학교 사거리 근처에서 식사 후 정독도서관에서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 오랜만에 북촌에 들렀는데 경복궁 옆 열린 송헌 녹지 광장에 어찌나 꽃이 많이 피어있던지 넋을 잃고 바라봤습니다. 샛노라 유채꽃은 물론이요 수레국화와 개양귀비와 서양 양귀비로 불리는 금영화를 비롯한 수많은 꽃들이 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반쯤 정신 줄 놓고 사진을 찍고 있는데 안암 국밥집에 먼저 가서 줄 서고 있던 아내가 입장해야 한다고 얼른 오라고 하여 눈물을 머금고 돌아서야 했습니다.

북촌에 가면 꼭 들리는 맛집으로는 안암 국밥집과 바로 옆에 있는 비원 떡집이 있는데 두 군데 모두 가성비와 맛이 보장된 곳입니다. 안암 국밥은 돼지국밥임에도 정갈한 맑은 국물에 밥이 말아서 나오는데 두툼한 등갈비 두 점과 얇게 저민 편육이 곁들어져 나오고 따로 고수를 챙겨줍니다. 저 같은 경우 먼저 등갈비를 뜯고 얇은 편육에 고수를 얹고 시원하고 맛깔난 김치를 싸서 먹습니다. 고기를 다 먹은 후 국밥을 먹기 시작하는데 반쯤 먹으면 그때 고수를 국물에 섞어 먹습니다. 고수를 넣기 전과 넣은 후 국밥의 맛이 정말 달라져서 먹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식사 후 비원 떡집에 들러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잣떡을 사들고 정독도서관 뜰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반나절 짧은 외출을 마무리합니다.

오늘 유응교 시인의 <부부 관계 유감>이라는 시를 읽으며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오는데 과연 내게 아내는 어떤 존재일까요? 웬수같이 느껴질 때도 있었고 이웃처럼 데면데면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전화번호부에 저장된 별명처럼 내옆에 없어서는 안 될 ‘옆지기’이며 가장 말이 잘 통하는 ‘베프’이고 역경을 헤치고 나간 ‘전우’와 같은 존재입니다. 웬수던 이웃이던 남은 생 함께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지내야 할 ‘또 하나의 나처럼’ 편안하고 소중한 존재임에 분명합니다.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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