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암환자 보호자이자 병원 스탶 그 사이의 어딘가에서..

닥터케이l폐보
2024.03.18 18:13 | 조회 2.2k

안녕하세요. 먼저 이름만 알음알음 들어본 아름다운동행 카페에 인사드리게 된 것을, 그리고 환자분 그리고 보호자분들의 솔직한 이야기들을 보고 들을 기회를 가지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병마와 싸우시느라 하루하루 고생이 많으십니다.

거두절미하고, 저희 어머님께서 약 1년 전 폐암(선암) 진단을 받으셨습니다. 아무래도 제 직장이 빅5이고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극도로 신경을 썼습니다. 건강검진에서는 양성결절로 보인다는 판독의 소견을 보고서도 영상 업로드해 일일히 슬라이드 돌려가며 짚어내가면서 여기저기 아는 임상 선생님들께 여쭤보고, 6개월 텀의 팔로우업을 한번 거친 후에도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아 결국 수술을 결정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조직 내 침윤(minimal invasive)은 있지만 림프노드를 포함한 다른 곳엔 전혀 전이가 없는, 말 그대로 일반적인 분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1기 중에서도 극초기에 발견해서 수술적 치료를 받으셨습니다.

수술 경험이 1만케이스가 넘어가시는 교수님께 직접 집도를 부탁드리고, 수술 중에 직접 동결절편조직검사를 내셔셔 확인하시고 수술방에서 악성임을 확인하신 후에 wedge, 즉 폐엽까지 깔끔하게 쳐내셔서 이후 약물항암 및 방사선치료 없이 무사히 퇴원하실 수 있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참으로 다행인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가족 중에 의사가, 특히 대학병원 교수가 있다고 해서 이 모든 과정들 하나하나가 쉽지 않음을 당장 저부터도 체감하고 있습니다. 의학적인 판단은 훨씬 해당 분야의 전문가이신 다른 교수님들과 아주 긴밀히 소통하며 같이 교수실 한 쪽에 앉아 치료계획도 세우고 모니터도 해가며... 평소라면 별로 뵐 일도 없는 병리과에 음료라도 사다 돌리고 하면서.. 나머지 한 쪽 폐에도 있는 간유리음영도 아주 꼼꼼하게 모니터하고 있는 중에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나 다음 외래를 보실 시기가 되어 서울에 있는 저희 병원에 오실 때쯤이면 교통편이며 숙박, 그리고 원내에 오시면 제가 직접 검사실이며 외래방들 다 모시고 다니며 챙기고 따라붙으며 확인하고 체크하고 있는 것도 지금까지 사실이긴 합니다.

아무래도 어머니께서는 지방 멀리에 사시다 보니 서울에 매번 올라오시는 것이 불편하고 번거로우셨을 겁니다. 왜 매번 번거롭게 영상을 찍어야 하는지, 확인하고 피를 뽑고 폐기능검사와 같은 환자에게 일정 부분 어려운 검사를 해야 하는지 아무래도 어렵고, 두렵고, 돈 들여가며 검사를 받는지 환자 본인이 이해하기에는 어려우신가 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병원에서는 당연히 프로토콜로 해야하는 검사고 최선을 다해 이해시키려고 하지만 최대한 쉬운 말로 풀어가려고 노력해 보지만 설득도 쉽지만은 않은 과정이었습니다.

거기다 더해 아무리 모든 일정들을 베스트로 잡아놓는다 하더라도 상황에 따라 또 올라오셔야 하는 일도 생기기 마련이고, 약도 이만큼씩 받아가시니 불안하고 없는 병도 생기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함과 불편함을 가지시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사람의 인체는 분과별 분류에도 불구하고 연관되어 있지 않은 부분이 없기에 이미 악성 종양이 발견된 사람의 경우 앓고 계시는 만성/중증질환의 관리가 더더욱 중요한 것은 기초적인 가이드라인에 속하기에 그대로 치료를 진행하고 있는데, 조금 좋아졌다 or 나아졌다고 느끼시면 약을 맘대로 줄이거나 안 드셔버리니.. 도대체 왜 이러시는건지 이해를 못 하겠네요.

말이 나온 김에.. 개원가의 선생님들께 뭐라고 말씀드리는게 아닙니다만은, 환자에게 단기간에 당장 나타나는 증상만을 완화시킬 수 있는 약만 잔뜩 주시고 그걸 먹고 완전히 나아졌다고 생각하시는 어머니를 볼 때마다 그 약이 만병통치약이 아니라고, 원래 약을 꾸준히 먹어야 한다고 입이 닳도록 이야기를 해도 고집이 있는 분이라 별로 들리지 않으신가 봅니다. 그러고 나서 다음 병원에 올라오면 학교다닐 때 성적표 보듯이 나빠져있는 검체검사 결과... 이 악순환의 반복이 이뤄지고 맙니다.

거기더 더해 뭐 달인 물, 어떤 (현대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는)물건들을 집에 가서 볼 때마다 정말 화가 나서 잔소리를 심하게 하게 되는 것도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 60대 분들이 공통적으로 그렇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겠지만, 어머니가 아닌 다른 환자분들을 보면서도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절대 지울 수 없는 느낌인 것 같습니다. 그게 가족 일이 되면...... 차마 말을 잇지 못하겠네요.

문제는 역설적이게도 이번 집단행동 기간에 터졌습니다. 안 그래도 서울에 올라오시기 싫어하시는 편이신데다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저희 원내에서 검사가 어려워 지방 대학병원으로 외래회송서를 내려보내드리고, 지역의 교수님께 직접 전화도 드려 미리 없는 자리까지 빼서 잘 부탁드린다고 직접 말씀도 드리고 했는데도....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 여기 지역의 병원이 맘에 안 드셨나 봅니다. 이 병원은 왜 이렇게 오래 기다리냐, 외래 보는데 2시간도 넘게 기다리고 식사도 못 하고 검사도 무작정 기다리고 다른 검사도 1주일 이따 오라고 한다고 저한테 짜증을 내시더라구요. 그러면서 병원과 선생님께 돈 한푼 떨어지지도 않는데도 이것저것 본인이 보기에 필요없는 검사까지 시키며 장사한다고 여기시는지.... 저는 정말 이해가 안 가서 속이 답답하기만 합니다.

(첨언하자면 사실, 저희 병원의 경우는 교직원의 직계가족 진찰료는 무료, 다른 치료는 모든 비급여를 포함해 50% 감면을 해 줍니다.... 그래서 그렇게 1인실에 오래 계셨는데도 병원비가 그리 크게 나오지 않았었는데 - 그걸 말씀드렸는데도 한 귀로 흘리셨는지 모르겠네요.)

여기에도 꼭 의사가 아니시더라도 의료직역에 종사하시는 선생님들께서 환우 본인이나 보호자이신 분들이 분명 계실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아니시더라도, 병을 먼저 겪어보시고 느껴보신 선배 환자/보호자 선생님들의 조언과 첨언을 구하고자 이렇게 한 토막 글을 올려봅니다.

좋은 의견 주심에 미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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