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가을초입 정동길-나태주의 사랑

미카엘2015ㅣ설본
2023.10.19 14:28 | 조회 235

단풍이 얼마나 들었을까 기대하며 정동길을 찾았습니다. 아직은 대체로 녹색이 대세이지만 몇몇 나무들은 노랗게 빨갛게 물들어 있습니다. 어쩌면 이들이 나무들의 시인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예전에 게오르규의 25시라는 소설을 읽었을 때 시인에 관하여 인상 깊은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잠수함이 만들어진 초창기 시절 잠수함에는 산소 측정 장치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광부들이 유독가스에 민감한 카나리아를 데리고 들어간 것처럼 산소 농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토끼를 데리고 탔다고 합니다. 만약 토끼가 이상반응을 보이면 잠수함은 물 위로 떠올라 환기를 시켰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저자는 시인이 바로 인간 세상에서 토끼나 카나리아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가을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먼저 물든 나무들이 그래서 저에게는 나무들의 시인으로 보입니다.

가을을 맞아 아내와 몸보신 삼아 가을 추가 들어가는 추어탕(鰍魚湯)을 먹으려 했는데 시간이 안 맞아 ‘동아리’라는 일본인이 경영하는 음식점에서 스키야끼를 먹게 되었습니다. 이곳은 꽤 여러 번 온 곳인데 매번 실망을 하지 않는 맛집입니다. 입맛을 돋워 주는 가쓰오부시 국물에 신선한 야채와 버섯 그리고 얇게 저민 소고기를 끓여 맛있게 본 요리를 먹은 후 남은 국물에 우동을 담가 먹으면 ‘점입가경’을 경험하게 되고 마무리로 날달걀에 밥을 넣고 죽을 만들어 먹으면 그것은 바로 ‘화룡점정’에 해당됩니다. 정동에 가실 일 있으시면 강추합니다.

보내드리는 사진이 수요일 오전의 모습이니 하루가 다르게 가을이 짙고 깊게 물들어 갈 겁니다. 단풍이 아름다운 색으로 물들 듯이 우리의 사랑도 진하게 물들어 가기를 바라며 나태주 시인의 사랑이라는 시 함께 보냅니다.

사랑

나태주

그가 섭섭하게 대해 줄 때

내게 잘해준 일만 생각합니다

그가 미운 마음 가질 때

나를 위해 기도해 준 일 생각합니다

그가 크게 실망하고 슬퍼할 때

작은 일에도 기뻐하던 때 되새깁니다

그가 늙고 병들어 보잘 것 없어질 때

젊어 예쁘던 때를기억하겠습니다.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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