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달나라에서 내려다보고 있을 토끼누나에게

해피피그
2023.06.23 14:52 | 조회 2.2k

누나 잘 지내?

마지막으로 누나랑 마주보며 얘기한게 벌써 50일이나 지났어.

그곳은 편안하지? 마지막까지 너무 아파하다 떠났는데 지금은 편안하고 안락한 곳에서 쉬고 있을 거라 믿어.

나는 잘 지내는 것 같아.

좋아하던 운동들도 다시 시작하고, 사람들이랑도 천천히 하나둘 다시 얘기하기 시작했어.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은 비밀을 누나한테만 말했었지, 지금 만나고 있는 여자친구랑 결혼할 거라고.

누나가 기막힌 프로포즈 방법을 알려준다고 했었는데, 아쉽게도 그건 못 들었네.

괜찮은 방법이 생각나면 언제라도 내 꿈에 나타나서 말해줘야해.

엄마, 아빠 두분 다 잘 지내려 노력하고 계셔.

엄마는 일도 새로 시작하셨고, 아빠는 내가 큰 병원에 모시고 다니면서 건강 챙기고 있으니 우리는 걱정 마.

누나를 많이 보고싶어하시긴 하지만, 누나랑 다시 만날 그 날까지 최대한 아프지않고 우리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을게.

전에는 못 느꼈는데 누나가 달나라로 가니 그 빈자리가 그렇게 허전할 수가 없다.

큰누나는 애기들 보느라 바쁜 것 같아서, 온전히 나 혼자 엄마아빠를 챙겨야할 것만 같은 느낌이야.

누나가 있을땐 내가 못해주는 부분을 해주니 든든했는데, 이젠 누나 빈자리가 너무도 크게만 느껴진다.

‘꿈이였기를 아직도 바라고 바라지만, 너는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도 존재하는구나.

보고싶어, 보고싶어, 미치게 보고싶다. 언제쯤이면 멀어질까.’

어제 누나를 보러 다녀오면서 우연히 보게된 글귀인데 봐도 봐도 마음에서 울리네. 꼭 내 생각인 것 같아서.

49일동안 나름 괜찮아졌다고 이젠 덤덤히 받아들이고 잘 지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누나만 생각하면 눈물이 흘러.

아파도 가족들이 불편할까봐 아프다고 제대로 표현도 못하다 떠난 누나를 생각하면 내 마음이 너무 찢어질 것 같다.

아주 조금만 먼저 간거야. 그곳에서 잠시만 기다려줘.

기다리는 동안 지루하지 않게 내가 종종 누나가 그렇게 애타게 먹고싶어하던 새콤달콤 딸기 스무디 사들고 찾아갈 테니.

다시 만나면 누나가 그렇게 하고 싶어하던 우리 가족피크닉가서 행복하게 놀자.

수많은 선택들에 대한 후회, 왜 하필 우리여야했냐는 원망, 더 잘 챙겨줬어야 했다는 자책감,

이 모든 것을 뒤로하고 이젠 누나의 안녕만을 빌게. 이젠 편안해야해.

누나가 다정하게 내 애칭을 부르던 목소리가 정말 너무나 그리워. 아직도 귀에 선한데.

다음 생에는 내가 오빠로 태어나서 더 많이 챙겨줄게.

사랑해.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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