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 속담에 '어두워야 별이 반짝인다.'는데 인생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위기는 기회라는 흔한 말도 겪어보면 맞다는 걸 얼마 안 되는 경험이지만 알게 됩니다.
정제 탄수화물 중독인 저
고기와 술을 좋아한 첫째
맵고 기름진 음식과 액상과당 중독인 둘째
바른 식습관을 가진 남편만 아이돌같은 각선미를 지녔고 나머지 식구들은 조금씩 건강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저는 당뇨, 첫째는 건선, 둘째는 비만
건강식을 먼저 시작한 건 저였지만 몇 달 뒤 첫째가 건선 때문에 고통 받다가 본격적인 식이 공부를 했어요.
저는 저탄수 고단백의 당뇨식을 하고 첫째는 고탄수 식단으로 자연식물식을 병행했는데 그동안 배달 음식을 즐겨 먹던 둘째는 식탁에 우리와 함께 앉으니 덩달아 살이 빠지기 시작하네요.
가공식품을 아예 끊고 현미 등 통곡물과 채소 위주의 식사, 아침엔 과일, 간식으로 고구마 등으로 식단을 바꾼 지 6개월이 지나자 조금씩 변화가 찾아왔어요.
세 모녀의 변비가 심했던 증세는 깨끗이 사라져 몸은 날아갈 듯 가볍고 활기 있으며 피부가 밝아졌어요.
무엇보다 첫째의 심각했던 건선이 극적으로 호전되어 삶의 질이 수직 상승했어요. 잠시도 쉬지 않고 가려우며 눈처럼 내리던 각질에서 해방되니 새로운 인생이 열린 거지요.
두피의 건선으로 사회 생활이 힘들어 스트레스 많은 광고 마케팅 회사를 그만 둔 첫째는 자기의 스토리를 sns에 공유하더니 의외로 식습관 코칭을 원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뮤지컬 배우가 소원인 첫째이다보니 대중의 관심과 호응을 즐겨서 새로운 이 일에 흠뻑 빠져 열심히 일하는데 예전과 달리 무척 행복하고 즐겁다네요.
날마다 시장을 보고 채식 요리를 만들어 내느라 저는 어느 때보다 바쁘게 지냅니다. 온갖 푸성귀와 고구마와 과일을 몇 박스씩 사들이느라 고기는 안 먹는데 식비는 많이 들어요.
나물 반찬과 채소 국은 원래 남편이 좋아해서 하던 대로 차리면 되고 채식만 하는 첫째를 위해 조금 더 신경써서 몇 가지 더 장만하는 정도인데 건강해지는 식단이라 하면서도 재미가 있습니다.
요즘 주로 하는 요리는 들깨미역국, 봄동겉절이, 무 생채, 섬초나물, 채소카레, 들깨순두부탕, 버섯 볶음, 시래기국, 연근들깨조림, 메밀묵, 달래장, 콩나물과 무나물 볶음 이런 걸로 돌려 가며 차립니다.
입맛이 소박해져서 뭐든 이렇게 맛있을 수 없다는 첫째를 보면 그저 흐뭇하지요. 맛있는 거 아니면 젓가락을 안 들던 둘째도 더이상 달고 기름진 음식이 생각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오래 안 먹으면 입맛이 순하게 변하는 것 같아요.
저도 이젠 밀가루 음식이 당기지 않고 빵떡면에 못 참던 예전을 떠올리면 거친 통밀빵이라도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하지요. 습관이 이래서 길들여지기 나름인가 봅니다.
질병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바꾸게 된 식습관이지만 건강도 찾고 살도 빠지고 심신이 쾌적해져서 일상이 즐겁게 바뀌었어요.
위암을 겪고도 뭘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방향을 못 잡던 제게 건강식 또는 현미 채식 그리고 자연식물식은 식습관이 평생 건강의 기반이 된다는 걸 늦었지만 깨닫습니다.
나를 위해 입이 아닌 내 몸이 원하는 음식을 먹는다는 것
쉽지만 단단한 각오가 필요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