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백일장 참여) 너는 나의 빛이다.

지환아사랑해
2013.09.19 15:00 | 조회 981
윙윙 바람이 불어 입에서 누구나 춥다 소리를 하는 날씨.. 그날에 너와 나의 인생은 큰
변화가 생겼다.
어김없이 그날도 난 집 문 밖을 나서고 그 어느 때처럼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늦은 하원 준비를 하며 날 기다리고 있을 너를 생각하면 아파트 입구서부터 가슴이 늘 조급해 발걸음이 빨라지곤 했다.
띵동
"어머니 오셨다 지환아"
"안녕하세요 늦어서 죄송해요"
의미 없는 인사를 건네고서 신발을 신기고 집에 갈 채비를 하고 있을 때
"지환이 어머님 지환이 오른쪽 고환이 눈에 띄게 커졌어요 병원에 가보세요"
나도 알고 있는데 알고 있는데 바쁘다는 핑계 아니
내가 놀고 싶어서 노느라 가지 못했다고는 하지 못하고 그저
"알고 있어요 바빠서 못 갔어요 이 앞에 소아과 들렀다 가야겠어요 수고하세요"
빠르게 둘러대고 귀찮음을 쪼개서 택시를 잡고 비뇨기과를 가서 진료를 받았다.
만지기만 해놓고
"물이 찼어요 대학병원 가세요. 소견서 써드릴게요"
뭘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안심하고
다음날 대충 아무거나 챙겨 입고 그나마 시에서 크다는 대학병원을 갔다.
소견서를 보더니
"초음파 한번 봅시다"
이 때까지도 그저 물이 찬 거겠지 별일 없겠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초음파를 보는데
"물이 아니네 종양 같은데"
이때서야 조금씩 상황 파악이 되기 시작했다.
이런 일이 있을까 흔한 영화, 드라마처럼 눈물 따위 흘릴 정신도 없이 전화기부터 찾다가 보호자 들어오라는 소리에
물어볼 얘기가 산더미인데 말이 나오지 않았다.
예약 날짜를 잡고 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고환 암이라는 키워드 검색을 해보니 대부분 아니 전부다 적출하면 완치에요
완치했어요, 예후가 좋아요
이런 글 따위에 안심하고 신뢰를 가지고는
울다가 집에 가서는
괜찮데 별거 아니래라는
생각만 잔뜩 하고 선
괜히 오버했나 하면서 내 모습을 비웃었다.
종양 같다.
수술날을 잡아놓고서도 그저 아무 일 없는 똑같은 일상 다를 거 없이 유유자적 정말 철없는 20대 나는 달라진 게 하나도 없었다.
유난이라면 유난이지만 다른 병원도 가볼법한데 알아볼 만도 한데 그런 모습 전혀 없는 무지하고 비정한 엄마. 때가 돼서 너의 오른쪽 고환을 적출할 때도 너의 커 감에 따라 따라올 후유증이 적다는 말에 안도했고 그저 안심했다.
간단한 수술이라 생각하며 수술한지 체 한 달도 안돼서 난 이 어린 청춘에 널 낳아서 희생한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느냐며 다시 널 어린이집에 떼어놓고 내 인생 따위나 즐기며 살아가기 급급했고 한 달, 두 달, 세 달, 피검사할 때 빼고는 긴장을 하면서 살아본 적이 없었다.
눈 깜빡할 사이에 4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어느 때처럼 그날만은 나 혼자 가고 싶어서 널 보내고 검사 결과를 들으러 간 날은 아침부터 기분이 쎄했고 촉이라고들 하는데 그날은 이것저것 묻고 싶은 게 유독 많았고 궁금했다.
"피검사 수치가 떨어져야 되는데 높네 왜 이러지
그래도 괜찮을 거예요 3달 있다가 피검사합시다"
이 말이 괜찮지가 않아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른병원 제일 빠른 날짜로 예약을 하고 다시 진료받아야겠다 생각하고
일주일도 안돼서 아침부터 분주하게 부랴부랴 챙기고 간 병원에서
"종양표지자 수치가 1자릿수여야 하는데 아이는 4000이네요"
이 말을 듣는데 어쩌면 그렇게 많이 울 수가 있을까 그냥 눈물이 나왔다.
머리가 새까맣다는 기분이 이런 기분일까 절망이라는 단어가 이럴 때 쓰이는 단어일까
종양이다 암이다 할 때도 그날의 그 기분은 아니었던 것 같다.
CT 날짜 잡아줄 테니 밖에서 기다리라고 나와서도 널 부둥켜안고서 그 사람 많은 곳에서 그냥 눈물이 나와서 우는데도 넌 그저 뭐가 좋다고 이런 내가 뭐가 좋다고 웃는 건지 그 모습이 미안해서 지난 6개월간 내가 너한테 한 몹쓸 짓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가서 더 슬펐던 건지도 모르겠다.
내가 낳은 내 자식인데 내 인생이 중요해서 너무 나만 쫓아서 현실은 네가 전부인데 이상은 나 자신을 쫓은 내 모습이 한심하고 추하다는 생각을 했다.
너의 암은 나에게 아직은 부족하지만 20대 초반 아가씨 내 이름 세 글자가 아닌 지환이 엄마 지환이 아줌마 어머니로서의 자격을 갖춰갈 수 있게 만들어줬다.
그 이틀뒤 입원을하고 모든검사를 나흘 만에 마친뒤 바로 첫 항암을 시작하기로 했다.
너보다 하루빨리 항암을 시작한 같은 병실 아이의 울부짖음에 너만큼은 아무 일 없길 잘 견뎌주길 이기적인 마음으로 하나님에게 빌고 또 빌고 새벽 나절까지 기도를 했다.
기도덕 뿐이였을까 아니면 내면이 강한 네 덕이었을까 첫 항암 5일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평소의 너처럼 잘 견뎌주었다. 병마와 씨름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그 아이들의 부모를 보면서 그래도 내 아이는 괜찮구나 저 아이들만큼은 아프지 않아서 다행이구나 하는 생각으로 날 위로했다.
이제 곧 3차 항암이 시작되겠지
CT도 찍어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너의 수술 여부도 결정되겠지만 4차, 5차 그리고 마지막 6차까지 그리고 정말 암과의 이별 완치까지 다른 환자들에 비해 짧은 항암 스케줄이지만 아직 체 2년도 살지 않은 너에게는 그런 너를 더 보살피지 못한 나에게는 아직 남은 그 시간이 누구보다 길지 않을까 싶다.
치료기간이 길고 짧음의 길이로 삶의 무게를 잴 수는 없듯이 항암 종료가 완치의 척도는 아닌 것처럼 너와 나 우리 두 모자는 아직 더 한참을 나아가야겠다고 생각한다.
나는 네가 아픈 게 슬프지 않다.
내가 대신 아파주지 못한 마음은 어느 그 누구에게도 뒤쳐지지 않게 가슴이 아프고 슬프지만 너는 꼭 나을 수 있다고 믿는다.
또 한 슬프지 않은 이유는 내가 나태해지지 않고 약해지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 내가 아닌 엄마가 되었으니까 앞으로 평생토록 나보다 너를 더 사랑하고 너의 나무가 되어줄 용기가 생겼기 때문에 난 슬프지 않다 비록 쉽지 않고 짧은 인생을 살아온 나였지만 너는 어두운 내 인생의 한줄기 빛이며 희망이다.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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