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영원할 것처럼 내일을 말하고

강l췌보
2026.07.11 16:22 | 조회 1.1k

그간 따뜻한 말씀 많이 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오전에 아버지 입관을 마치고 글을 씁니다.

호스피스로 옮기고 의사는 일주일을 말했고, 다시 사흘이 지났을때는 이삼일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적어도 내일은 있을거라고 생각했어요.

의식없는 아버지에게 병원다니느라 올해 들이지 못한 봉숭아를 들여줄게 하고 의사선생님께 아버지 봉숭아 들여도 되냐고 바들바들떨며 여쭈었습니다. 물론 된다고 하시길래 집에 와서 옥상의 비맞은 봉숭아를 따서 말린다고 널어두었습니다.

그리고 호스피스 병원 전화를 받았고,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속을 미친듯이 달려서 도착했습니다. 개인실로 옮긴지 세시간만에 아빠는 집으로 돌아가셨어요.

다른분들은 소풍갔다고 하시는데 우리 아버진 예전부터 세상사가 한바탕 소풍이라고 말씀하셨거든요. 병원에서도 당신 몸상태를 느끼시고 하신 말씀도 아빠 소풍은 여기까지인가보다 였어요. 물론 듣는 저희 속이 무너졌지만 아버지만 했을까요.

내일은 영원과 같은말이라는걸 몰랐어요. 존재하지 않는 것. 우리에겐 내일이 없었어요. 여태껏 모르는게 너무 많았지만 가장 큰 무지는 그거였네요.

식어가는 아빠 손을 잡고 아무렇게나 흘려보낸 과거를 생각했습니다. 아버지는 저랑 봉숭아물 들이는걸 좋아하셔서 거의 해마다 봉숭아를 키우셨는데 제가 귀찮아해서 안들인 해도 많았어요. 그러지 말걸.

사흘 전 아버지가 의식을 가지고 하신 마지막 말씀은 제 얼굴을 보며 하신 '내 새끼'였습니다.

진단받으시고도 배가 아파도 날씨궃은 날이면 내딸 눈비 안밎힌다며 늘 데리러 오셨는데 날씨가 핑계일뿐이라는 것도 이제는 압니다. 아빠는 해가 쨍한날에도 저와 있고 싶었다는 것을요.

어떻게 이렇게 모든 것을 바쳐서 저를 사랑한 사람이 존재할수 있었는지, 또 이제는 없는 것인지 두 가지 사실 다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아요.

하지만 시간이 흘러서 제 소풍이 끝나는 날이 올 때, 아빠가 데리러 올 것만은 알아요. 저를 데리러 오는걸 좋아하셨으니까, 그 때도 분명히 절 데리러 오시겠지요.

우리 이번 소풍 제법 재미있었으니까, 그때 만나면 다시 같이 놀아. 아빠. 나 데리러 오는 것 잊지 말고.

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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