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지나간 자리에 잎들이 속삭인다.
“오늘 너, 괜찮았니?”
가녀린 소리로 묻고 있다.
나는 풍경이 말을 걸어올 때면, 늘 걸음보다 마음이 먼저 멈춘다.
지난 6월 18일, 아내는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했다.
이튿날 아침, 좌측 유방 전절제 수술과 감시림프절 생검을 받았다.
아내를 태운 휠체어가 수술실 문 너머로 사라지고 문이 닫히는 순간, 시간은 평소보다 더디게 흘렀다.
초조한 기다림 끝에 회복실에서 1~2시간 후 병실로 이동 예정이라는 알림 톡이 왔다.
그 한마디에 며칠 동안 가슴을 짓누르던 돌덩이가 스르르 내려앉았다.
수술 후 병실로 돌아온 아내의 모습은 예상보다 평온했다.
병상에 누워 있는 아내를 향해 날아온 말은 거창한 위로가 아니었다.
"수술 잘 됐지 유?"
"아이고, 수고했시우."
"오늘은 기분이 어때요?"
"지방 덩어리 날아가 버렸으니 몸무게도 줄었겠네요. ㅎㅎㅎ"
"어머나, 이걸 유머로 소화하시네.
"인물은 인물이셔~ 참 대단한 행님!
"궁금해서 그냥~"
"맛있는 식사 함께 해요."
"기도할게요."
사실 사람을 살리는 말은 대개 이런 말들이다.
정답 같은 말이 아니라,
곁에 있겠다는 말.
암은 몸을 아프게 하지만,
사람의 온기는 안부가 되어 마음을 두드린다.
사람의 마음은 사람의 마음으로 버티게 된다는 사실을 카톡에서 보았다.
암은 혼자 견디는 병이 아니라, 함께 견뎌내는 시간인지도 모른다.
나는 요즘 자주 생각한다.
사람은 혼자 견디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
누군가의 작은 관심 하나가
때로는 약보다 더 치유의 힘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겨울 끝에 봄이 오듯,
긴 밤 끝에 새벽이 오듯,
우리의 삶도 결국 빛을 향해 걸어간다.
오늘 당신의 마음속에도 작은 불빛 하나가 켜지기를 바란다.
거창한 희망이 아니어도 좋다.
"오늘 하루만 잘 살아보자."
그 마음 하나면 충분하다.
그리고 그 작은 불빛은 언젠가 또 다른 누군가의 어둠을 밝히는 등불이 될 것이다.
사랑은 생각보다 오래 머물고,
희망은 생각보다 강하며,
사람의 온기는 생각보다 멀리까지 전해진다.
오늘도,
잘 견뎌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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