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점심 산책 - 이해인 수녀의 4월의 시

미카엘2015ㅣ설본
2026.04.28 16:17 | 조회 118

요즘 신경 쓰이는 일이 있어 카메라를 통 손에 잡지 못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일이 잘 해결되어 가벼워진 마음으로 점심시간에 카메라를 들고 조경이 잘 된 근처 아파트로 향했습니다. 그곳에는 꽃잎이 네 개인 산딸나무가 자라고 있거든요. 특히 분홍색 꽃을 피우는 '사토미' 품종을 만날 수 있습니다. 행여 꽃이 다 졌으면 어쩌나 마음을 졸이며 찾아갔는데, 슬픈 예감은 어째서 틀리지를 않는지. 흰색 산딸나무는 남아 있었지만, 분홍색 산딸나무는 이미 다 지고 몇 송이만 매달려 마치 왜 이제야 왔느냐며 애처로운 눈빛으로 나를 맞아주었습니다. 아직 질 때가 아닌데 어찌 이리도 빨리 피고 졌는지 조금 허탈하기도 했습니다.

산딸나무는 꽃잎이 4장이라 십자가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예수님이 이 나무에서 운명하셨다는 전설이 있어 기독교에서는 성스러운 나무로 여겨진다고 합니다. 열매가 산딸기를 닮아 산딸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보통 5~6월이 되어야 꽃을 피웁니다. 대부분 흰색을 띠지만 특이하게 핑크색을 띠는 종류가 존재하는데. '미스 사토미'라고 불리는 이 나무는 일본에서 핑크색 자연 변이종을 발견해 상품화한 것이라고 합니다. '사토미'는 그해에 태어난 원예업자 손녀의 이름이고, 총명하고(사토) 아름답다(미)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이 산딸나무의 핑크색은 다른 핑크색과 분위기나 색감이 묘하게 달라서 '스텔라 핑크'라고도 불린다고 합니다.

사토미를 뒤로하고 한 바퀴를 도는데 유난히 반짝이는 꽃을 만났습니다. 조팝나무의 일종인데, 꽃이 공을 반으로 쪼개 놓은 것 같다고 하여 '공조팝나무'라는 이름이 붙은 꽃나무입니다. 역광에 비친 꽃이 별처럼 빛나는 모습을 보니, 사토미를 제대로 보지 못한 아쉬움을 잊을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병꽃나무도 한창이라 붉은색 꽃그늘 아래서 한참을 서성이다 돌아왔습니다. 아, 그리고 5월의 꽃인 모란도 벌써 피었더군요. 화려한 장미의 계절이 오기 전, 창조주께서는 예쁜 꽃들을 통해 끊임없이 인간들에게 위로를 건네주시는 듯합니다. 아름다운 4월이 다 가기 전, 이해인 수녀님의 시 한 편을 나지막이 읊조려 봅니다.

꽃무더기 세상을 삽니다

고개를 조금만 돌려도

세상은 오만가지

색색의 고운 꽃들이

자기가 제일인 양

활짝들 피었답니다

정말 아름다운 봄날입니다

새삼스레 두 눈으로 볼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고

고운 향기 느낄 수 있어 감격이며

꽃들 가득한 사월의 길목에

살고 있음이 감동입니다

눈이 짓무르도록 이 봄을 느끼며

가슴 터지도록 이 봄을 즐기며

두 발 부르트도록

꽃길 걸어볼랍니다

내일도 내 것이 아닌데

내년 봄은 너무 멀지요

오늘 이 봄을 사랑합니다

오늘 곁에 있는 모두를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4월이 문을 엽니다.

이해인 시인의 <4월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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