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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조심스레 안부 전합니다.
갑작스러운 진단을 받고 55일, 그리고 호스피스 병동에서 아버지를 모신 지 37일 만에..
일요일 아버지를 평안한 소풍길로 배웅해 드리고 왔습니다.
폭풍처럼 몰아친 두 달 남짓한 시간 동안, 아버지 곁을 지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요.
정신없이 장례를 마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회사 책상에 앉아 있으니, 기계처럼 일만 할 뿐 뇌가 아직은 시간을 좀 달라고 아우성 치는 것 같네요.
씩씩하게 잘 보내드렸다고 스스로를 다독여보지만, 대중없이 문득문득 차오르는 그리움에 참았던 울음을 왈칵 토해내기도 합니다.
어제는 딸아이가 "울고 싶을 땐 울어야지! 괜찮아 울어 엄마" 라고 하는데,
엄마가 약해져 있는 사이 아이의 속은 어느새 이렇게 깊어진 것인지 미안하고 고맙고 그렇습니다.
쉬운 아버지는 아니셨어요. 완강하고 표현도 서투시고.. 서로 상처를 주고받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이 세상에서 나를 절대적으로 믿어주던 유일한 내 편, 나의 방패가 사라졌다는 사실이 아직은 참 서글프고 마음이 시립니다.
장례를 치르며 주변 분들의 소중함을 새삼 깊이 느꼈습니다.
같이 아파하며 곁을 지켜주시고, 따뜻한 위로를 보내주신 분들 덕분에.. 아 그럼에도 살아가나보다 싶고..
큰 힘이 되었어요.. 그 귀한 마음들 덕분에 지금도 버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주 화요일이었던 3월 24일.. 혈압이 떨어져서 임종방으로 옮겼는데 다시 회복하셔서 호스피스 병동으로 다시 돌아오셨거든요.
아마 두 딸들이 눈에 밟혀 온 힘을 다해 견디신 것 같아요.
힘겨워하셨지만, 3월 27일 금요일 자정 다시 임종방으로 모신 이후부터는 평온한 표정으로 계시다 두 딸과 반나절 함께 체온을 나누고 많은 이야기 나누며(아버지는 듣기만 하셨지만요..) 천천히 소풍길로 떠나셨습니다.
꽃 피는 봄날.. 딸들 춥지 말라고 좋은 날 골라 가셨네요..
하늘에서도 늘 그랬듯 저희를 지켜보고 우리 가족을 단단하게 지켜주실 거라 믿습니다.
슬플 새도 없이 이어진 일정이 지나가니 이제야 몸도 마음도 쉬자고 하는 것 같아요.
아직은 감정이 오락가락하고 작은 말과 행동에도 흔들리고 상처받고 하지만.. 지금은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려 하고 있어요.
아버지가 보여준 사랑, 그리고 입원 기간 중 함께 나눈 소중한 기억들만 가슴에 깊이 새기고, 이제는 슬픔보다 감사함으로 남은 날들을 살아내 보려 합니다.
그동안 마음으로 함께 걱정해 주시고 응원해 주신 동행 가족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모두 환절기 건강 유의하시고, 평안한 봄날 맞이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