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월쯤 아버지가 추적 관찰에 들어가셨다는 글을 올린 이후로 처음 글을 씁니다. 그 사이에 재발 소식도 있었고 다시 치료를 시작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비슷한 상황에서 걱정하고 계실 분들께 저희 가족의 경험이 조금이나마 희망이 될까 싶어 글을 남겨봅니다.
아버지는 추적관찰 이후 작년 7월 말쯤 첫 CT를 찍으셨는데, 안타깝게도 기존 림프절 전이 부위에 다시 재발 소견이 확인되었고, 8월 초부터 2차 치료로 테빔브라 단독 투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8월 초 1차 투여 후 3주 뒤 2차 투여를 하러 갔는데 간수치가 엄청 많이 올라있었습니다. 그래서 2차 투여는 밀렸고 면역항암제로 인한 간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간약과 저용량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면서 수치를 먼저 낮춰보기로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고열이 나셔서 응급실에 가시는 일도 있었는데, 폐렴이 의심된다고 해서 저선량 CT를 찍게 됐습니다. 그런데 그 CT에서 기존 암 병변들이 줄어든 것 같다는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됐습니다. 정식 CT가 아니라 확실한 평가는 어렵다고 하셨지만, 간수치가 낮아지고 몇주 뒤에 다시 찍은 조영제 CT에서도 전이 부위들이 전반적으로 줄어든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교수님께서도 간수치가 이 정도로 오르면 보통은 약을 계속 사용하지 않는 편이지만, 영상에서 반응이 확인된 만큼 치료를 이어가 보자고 하셨습니다. 다행히 그 이후로 지금까지 치료를 잘 이어오고 있습니다. 지금은 처음처럼 계속 줄어드는 단계는 아니더라도 진행 없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무엇보다 감사한 점은 세포독성 항암을 하실 때보다 부작용이 훨씬 적어서 아버지의 삶의 질이 잘 유지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식사도 잘 하시고 운동도 하시면서 일상생활을 크게 무리 없이 보내고 계신 모습을 볼 때마다 가족으로서 큰 위안을 얻고 있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1차 치료 당시 PD-L1 발현율이 0이어서 면역항암 병용 없이 세포독성 항암만 진행했었습니다. 테빔브라는 발현율과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들었지만, 식도암 2차 치료에서는 세포독성과 병용할 경우 급여가 되지 않아 단독으로 진행하게 되다 보니 불안해하시는 분들도 많으실 것 같습니다. 세포독성과 면역항암을 병용했을 때 반응률이 더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저희 아버지처럼 PD-L1 발현율이 낮아도 반응이 오고 잘 유지되는 사례도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모든 분께 같은 결과가 나타날 수는 없겠지만, 이 글이 누군가에게 작은 참고나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