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무사히 세례식을 받고 새 이름을 받았습니다. 아무때나 찾아가서 울고 기도할 곳이 필요하고, 그리고 혹시 언젠가 호스피스 병원에 가게 될 때 수녀님이 불러주실 예쁜 이름이 필요했습니다.
일주일에 한번 교리 수업은 짧지만 새로운 세상이었고, 같은 공부한 자매님 중 한분이 우리 어머니와 인상이 비슷해 정이 갔습니다. 둘이 옆에 나란히 앉아서 세례 받고 사진도 찍었습니다.
세례식 때문에 중간에 일주일 정도 집에 머물고 새로운 항암을 시작하면서는 쭉 요양병원에 있었습니다.
이 글이 요양병원 후기도 아니고 댓글로 어디냐고 물어보셔도 답 안드립니다. 이니셜도
제가 일기장에 써야할 이야기를 여기에 쓰고 있다 생각이 들어 주저할 때도 있지만 여기가 가장 편하고 새벽에 깨어 뭘 할 지 몰라 그냥 누워있다 씁니다. 여기 동생도 들어오고 동생 친구도 회원인 걸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모르지만 직장 동료나 지인도 있겠지요. 사는 곳, 나이, 직업 등 개인 정보를 너무 많이 노출해 전화올까 두렵기도 합니다. 지난번 남편과 어머니 이야기를 읽고 동생이 통곡하고 어머니께 읽어주었다고 해서 다음에는 허락 받고 하라고 했습니다.
11월 12일이 마지막 근무일이었고, 수능 도시락을 싸고 요양병원에 입원했습니다. 감기가 심해 검색해 둔 먼 요양병원 말고 집에서 제일 가까운 곳으로 택시 타고 갔습니다. 남편은 또 출장 중입니다. 가장 힘들 때 꼭 필요할 때 없는 사람이 남편입니다.
14일 새로운 항암 시작일이라 새벽에 택시를 타고 아산으로 가서 피 뽑고 여러가지 검사하고 간호사를 만나 체온을 재는데 깜짝 놀랍니다. 열이 39도가 넘는다고 항암 못 한다고
다시 택시를 타고 요양병원에 와서 계속 아팠습니다. 열이 안 내리고 밤이 되면 잠이 드는 것이 아니라 의식이 가물가물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간호사들이 수액 놓고, 해열제 놓고, 얼음 베개 해주는 것을 멍하니 보며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 드디어 37도가 되었습니다.
집근처 이 병원은 시설도 낡았고 화장실과 욕실이 외부라 불편했지만 음식이 훌륭하고 직원들이 친절했습니다. 화려한 진수 성찬에서 과일 조금, 샐러드의 야채 조금 밖에 먹을 수 없었지만 가 본 요양 병원 중 음식은 가장 화려했습니다. 생수로 에비앙 주는 곳은 처음입니다.
매일 아침 사과를 1개 주셔서 잘 깎아 먹었습니다. 계란이나 된장국, 샐러드 등도 조금씩 먹었습니다. 새우찜 나온 날 까기 귀찮아 한개만 먹었습니다. 새우 엄청 좋아하는데^^
직원들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원래 가려던 송파구의 요양병원 중 한 곳(가장 가기 편한 곳)으로 갔습니다. 지인이 대신 집을 옮겨 줘 항암 하고 늦은 오후에 입원했습니다. 원장이 입원 상담한다고 꼬치꼬치 묻는데 주사 세 가지 맞고 온 저는 대답을 삐딱하게 합니다. 임상 환자니 도수, 림프, 고주파로 입원비 채우고 약과 주사 거부
밥은 많이 별로, 시설이나 직원들은 무난, 여자 원장이 카리스마로 병원 관리 철저
좋았던 것은 탄천과 석촌 호수가 가까워 산책할 곳이 많아 매일 나갔다 왔습니다.
같은 층의 친구, 언니, 동생들과 친해져 수다 떨 수 있어서 2인실에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았습니다.
세례식 준비로 잠깐 집에 있는 동안 밥도 맛있고 시설도 좋은 곳으로 두군데 상담받고 그 중 시설이 가장 화려한 유명 요양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치료 받고 늦은 저녁을 먹으러 갔는데 뷔페식 식당에 앉을 자리는 없고, 음식은 없는 것도 많고 다시 채울 생각도 없어보였습니다. 귀리밥솥이 비어 있어 이야기 하니 옆의 잡곡이나 흰밥 먹으라고ㅜㅜ
주 메뉴가 갈치구이 인데 꼬리 부분만 몇조각 남아 있어 궁시렁거렸더니 영양사가 계란 후라이 해줄까요? 하며 아양떨기에 됐다고 했더니 두유와 견과를 가져오기에 더 화를 냈습니다. 사람을 뭘로 보고, 이거 먹고 입 다물라는 건지
뷔페식 처음이라 기대했는데 실망이었습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번 주 도수나 림프 치료가 다차서 할 수 없으니 주사 맞고 한약 먹으라고ㅜㅜ
예약때부터 계속 이야기 했는데 스케줄 없다는 말만 반복, 인기가 많아서 환자가 많으면 치료사를 더 고용해야지 수익 높은 약만 팔아먹을 생각만 하기에 퇴원한다 하고 2순위 병원으로 왔습니다.
항암주사 대기하며 새 요양병원 예약하는데 눈물이 났습니다. 치료도 힘든데 환자를 일주일에 얼마짜리 돈으로만 보는 요양병원의 행태에 화도 났습니다. 적당히 호구되어 줄 의향은 있지만 적당히 좀 하지 선을 넘을 때는 서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