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덕수궁과 정동길의 만추 - 11월을 보내며

미카엘2015ㅣ설본
2025.11.27 17:07 | 조회 178

11월을 보내며

유한나

하늘엔 내 마음 닮은

구름 한 점 없이 말짱하게

금화 한 닢 같은

11월이 가는 구나

겨울을 위하여

서둘러 성전에

영혼을 떨구는 사람도

한 잔의 깡소주를

홀로 들이키며

아찔하게 세상을

버티는 사람도

가을과 겨울의

인터체인지 같은

11월의 마지막

계단을 밟는구나

뜰 앞 감나무엔

잊지 못한 사랑인 양

만나지 못한 그리움인 양

아쉬운 듯 애달픈 듯

붉은 감 두 개

까치도 그냥

쳐다보고만 가는...

그래 가는 것이다

외로우면 외로운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행복하면 행복한 대로

추운 겨울 바람 찬 벌판

쌓인 눈 속이라도

살아있으니 가는 것이다

희망이란 살아있는 것일 뿐이라 해도

사랑이란 더욱 외롭게 할 뿐이라 해도

착한 아이처럼 순순히

계절 따라 갈 일이다

사람의 길

사랑의 길을

요즘 코피가 매일 터져 외출을 삼가고 있었는데 마지막 주 수요일은 문화의 날이라고 하여 고궁이 무료이기에 몸을 추스르고 나왔습니다. 지하철을 향해 가면서 카메라로 단풍 사진을 몇 장 찍었는데 아뿔싸 메모리카드가 빠져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하나 망설이는데 아내가 오늘은 눈으로만 감상하는 것이 어떻겠냐며 은근슬쩍 말에 힘을 줍니다. 저 역시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 싶어 반항하지 않고 바로 동의하였습니다. 그런데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면서 가을의 처연한 뒤 모습을 보자니 이 아름다운 만추의 풍경을 사진으로 담을 수 없다는 것이 견딜 수 없었습니다. 특히 시립미술관 앞 작은 숲은 큰불이 난 듯 노란빛과 붉은빛으로 불타올라 장관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하여 이 없으면 잇몸으로 정신으로 사진기 대신 핸드폰으로 촬영을 하였습니다. 아쉬운 점이 없지 않았지만 경치가 워낙 아름다우니 이만하면 족하다 싶었습니다.

시인의 말처럼 앞으로 내게 주어진 삶 착한 아이처럼 순순히 아내를 따라 계절을 따라 한발 한발 사람의 길을, 사랑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야 하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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