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췌장암 진단으로 여기 카페에 들어와서 여러 귀한 님의 게시글과 댓글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아버지는 서울성모병원에서 검진 중 초기에 발견한 거라 외과로 바로 연결되서 2022년 10월 수술 먼저 받고 2023년 1월부터는 외래로 보조항암도 하셨어요. 잘 드시고 회복하시나 했는데, 보조항암 끝나고 한달만에 재발해서 고식적 항암으로 2023년 가을과 겨울 입퇴원을 반복했어요.
수술과 보조항암 때에는 제 일로 바빴고 경황도 없고, 주보호자인 어머니께 건너 듣는게 다였으니 지금 생각해보니 아버지가 악화 증상으로 치닫는 동안 상태에 대해 아는게 많지 않네요. 후회하고 있습니다.
고식적 항암으로 병원생활 하실 때는 제가 전담 보호자였는데, 그 뜨거웠다던 2023년 늦여름을 쾌적한(!) 병동에서 보내느라 밖이 더운지 습한지도 모르고 지냈지요.
교수님이 회진할 때 옆 침대 보호자에게 "잠깐 밖으로 나오시죠"라는 소리를 들으면 복도에서 어떤 얘길 나눌지 짐작이 돼 '나에게는 그 시간이 영영 안왔으면 좋겠다' 했는데, 2024년 2월의 마지막 월요일 아침 불려나간 복도에서 '더이상은 힘들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습니다.
다행히 다음날 호스피스 병동에 자리가 나 바로 옮겨가실 수 있었고, 일반 병동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환자의 통증 완화와 돌봄에 모든 초점이 맞춰진--에 표정도 마음도 편안해 하셨지요. 호스피스 병동 이튿날 봉사자들이 아버지를 목욕실로 모셔갔는데, 복수 배액관 때문에 몇 달이나 제대로 씻지 못했던 아버지는 통목욕을 하시고는 날아갈듯 개운해하셨어요. 교수님 회진도 아침과 오후 하루에 두 번이나 있어서 궁금한 것, 걱정되는 것들을 바로바로 여쭐 수 있어서 좋았고요.
그렇게 열흘 정도 호스피스 병동 생활을 하다가 집으로 모셨고, 그 후로 50일 동안은 일주일에 두 번 호스피스 전문간호사가 집으로 와서 배액관 부위 소독, 수액과 욕창방지 드레싱 등 필요한 처치를 정말 살뜰히 해주셨어요. 호스피스 외래 진료는 보호자가 대신 하고 처방약을 받아오는데, 교수님이 마치 아버지를 직접 보고 진료하는 것처럼 상태를 너무 잘 알고계셔서 놀라고 또 마음놓았던 기억이 새롭네요.
평생 성실하고 선하게 사셨던 아버지는 그렇게 천천히 쇠하셨고, 집에서 주무시듯이 하늘나라에 가셨어요. 평소 좋아하셨던 묵주기도소리 들으시면서요. 착하게 살아오신만큼 고통도 없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마지막길에는 너무 많이 힘들지 않게 많은 이들의 돌봄을 받으며 좋은 곳으로 가셨구나 하면서 위안 삼습니다.
아버지의 투병 중 도움 받았던 이곳 카페에 인사라도 하고싶었는데요. 앞에 말씀드린 것처럼 아버지 상태에 대해 아는게 많지 않았고 또 입원 중 각종 이벤트에 글 쓸 엄두를 못내고 있다가 처음으로 상주가 되고 또 홀로 남은 어머니 살피느라 시간이 이렇게 지났네요.
최근 저의 카페 회원 자격이 보호자에서 환자 본인으로 바뀌는 일이 있었어요.
우연히 찍은 CT에 폐결절이 있어서 2년 정도 추적 관찰해왔는데, 지난 주에 수술 소견을 받았거든요.
1기 최소침습암으로 예상된다고 합니다. 99%의 경우 재발 없을거라하고 항암도 필요 없을 병기일 거라 하는데, 폐암은 수술이 곧 조직검사라니까 날짜 받아놓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2007년 폐암과 2022년 췌장암 큰 수술을 두 번이나 하셨는데, 얼마나 무섭고 또 아프셨을까,, 이제서야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짐작하게되니 죄송스럽고 또 그립네요. 마음이 흔들리셨을 그때마다 따뜻하게 안아드릴 걸, 괜찮으실 거에요 하면서 등 쓸어드릴 걸 후회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