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가입후 첫 글을 쓰게 되었네요. 이 카페에서 여러 큰 도움을 받아서 제가 느낀 작은 경험이라도 공유해 드리고 싶어서 글을 씁니다.
저에게 올 5월은 인생의 변곡점이었습니다. 5월에 갑작스런 복통과 복수로 집근처 응급실에 입원해 난소암 4기 예상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1주일간 여러 검사 중 대장 내시경약 복용 후 쓰러졌는데, 종괴로 대장 내시경도 제대로 못받고 결국 장 팽창으로 급하게 응급실 입원 1주일만에 개복수술을 하게 되어 대장암 4기가 원발암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 한 차례 수술을 더 받아 대장주변과 폐 등 7곳을 전절제, 부분절제했고, 현재는 간과 쇄골 림프에 있는 암세포로 후항암 중입니다.
지인들은 저보다 더 눈물을 보이며 당황했지만, 저는 오히려 담담하고 씩씩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부모님의 가족력이 있었고 그동안 너무 큰 스트레스에 오랫동안 노출되어 왔기에 저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도 처음에는 너무 열심히 산 대가가 암 4기라니 조금 억울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니, 내가 남들보다 2배는 열심히 살았으니, 2배는 더 빨리 가는 것이 합당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니 마음이 매우 편해졌습니다.
제가 얼마 전 발암 후 첫 외출로 서울에 있는 친구들을 만나 뮤지컬도 보고 서울 여행을 다녀왔는데, 뮤지컬을 보면서 너무 많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서울대병원 앞 동숭동에서 하는 "프리다"라는 뮤지컬인데, 평소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과 부상당한 사슴 그림이 인상깊었고, 예전에 봤던 벌거벗은 세계사에서 그녀의 인생을 다룬 프로그램을 보고 흥미가 생겨 보게 되었습니다.
이 뮤지컬을 보면서 제 인생관과 죽음관이 겹치며 너무 감동을 받아 공연 내내 울었더니 두통이 올 지경이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고통이 가장 크고 중요합니다. 그러나 프리다의 삶을 지켜보며 저는 제가 겪는 고통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녀는 6살에 소아마비로 인한 왕따, 18살에는 고통사고로 30여번의 수술과 첫사랑과의 이별, 남편의 불륜과 두 번의 유산, 사랑하는 동생의 배신, 다리가 썩어 들어가는 병마와의 싸움 등 인생 전체를 늘 죽음의 공포와 싸우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녀가 사경을 헤맬때 죽음의 사자가 나타나 '이대로 동정받고 깨긋하게 죽을 것인지, 아니면 고통을 받더라도 계속 살 것인지'를 선택하라 하더군요.
프리다는 후자를 선택했고, 그래서 143점이라는 명작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저도 프리다처럼 고통을 받더라도 삶을 선택했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덤으로 주어진 인생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이들에게도 엄마가 비록 암 4기지만, 교통사고로 급사해서 너희들에게 마지막 인사도 못하고 가는 것보다는 낫지 않냐고 얘기하곤 합니다. 비록 동정받고 깨끗하게 가지는 못하겠지만, 살아있는 동안은 고통 속에서도 주변 지인들과 좋은 추억을 남기고 마지막 인사는 하고 가고 싶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러나 죽음에 대한 공포는 만만치가 않습니다. 철학자 에피크로스는 죽음의 공포에 대해 죽으면 감각 능력을 상실해 고통을 느낄 수 없고, 살아 있을 때는 죽음을 만날 수 없기 때문에 죽음의 공포를 대면할 수 없다. 그러니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 인생을 즐기라고 했습니다. 프리다도 "Viva la Vida(인생 만세!)"라는 그림을 마지막 작품으로 남겼습니다. 뮤지컬에서는 이렇게 표현하더라고요. "나는 곧 먼 길을 떠날 것이다. 그러나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인생이 너무 고통스러워서가 아니라, 이미 충분하기 때문이다." 저는 이말이 너무 감동이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죽습니다. 그러니 특별히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힐 필요도 없고, 살아있는 동안 고통 속에서도 충분히 즐기고 작은 추억을 열심히 만들고 떠나야 하겠다고요. 제 삶도 더 나은 삶을 산 남과 비교한다면 충분하지 않을 지 몰라도 저는 이만하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제, 오늘은 '미지의 서울'이라는 드라마를 몰아보기를 했는데, 거기서 원미경이 '24시간 괴로워도 1초 웃으면 살 수 있다'는 말을 하더군요. 그리고 주인공 미지가 "어제는 끝났고, 내일은 멀었고, 오늘은 아직 모른다"라는 말을 주문처럼 외더라고요. 제가 좋아하는 말 중에 "당신이 지금 우울하다면 당신은 과거에 사는 것이고, 당신이 지금 걱정 속에서 산다면 당신은 미래에 사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지금 평화롭다면 당신은 현재에 사는 것이다"라는 노자의 말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떠신가요? 프리다는 고통이 연속인 삶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 만세를 외치고 죽었고, 저는 오늘도 평화롭게 하루를 보내며 현재를 살고 있습니다. 비록 고통이 계속 찾아오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초라도 웃으며 작은 추억을 하나씩 만들며 현재를 살고 웃으며 떠나고 싶습니다.
암을 극복한 사람의 공통점 중 첫 번째가 긍정적 사고와 의지라고 합니다. 우리 비록 예후가 좋지 않더라도 긍정적으로 사고하고 기적도 일어날 수 있다고 믿으며 오늘을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절망과 좌절, 우울 속에 있는 분들께 1초라도 웃음과 희망을 주고 싶어 써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