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수술후 주렁주렁 달린 것들

암은앎이다ㅣ직본
2025.07.11 04:19 | 조회 589

봄에 꽃이 피고

여름이 볕이 잘 들면

가을엔 어김없이 열매가 열린다.

복숭아든 사과든 귤이든

시간을 버텨낸 것들에겐

주렁주렁의 보상이 따라온다.

나도 그런 줄 알았다.

수술후

잘 견뎌내면

그 끝엔 깨끗한 몸과 환한 웃음이

따라 올 줄만 알았다.

그런데 수술후 눈을 뜨고 보니

내 몸엔 예상 밖의 열매가

주렁주렁 달여 있다.

장루 주머니 하나

피 주머니 하나

소변 줄 하나

수액 줄까지

도무지 손댈 틈도 없다.

거울 속 내 모습은

마치 무언가를 키워낸 나무처럼

묵직하고 기묘하고 또 조금은 기특하다.

누군가는 그걸 짐이라 하겠지만

나는 감히 말해본다.

이건 내가 살기 위해 맺은

생명의 열매들이라고

이제부터 천천히 익혀가자

하나씩 차근차근

따서 내려놓는 시간도

분명히 올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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