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돌풍 벚꽃, 나갔다 오길 잘했네요

완생 l 직본직보
2025.04.13 18:10 | 조회 584

지는 봄꽃이 아쉬워서 오늘은 아침에 나와 보니 날이 갠 것 같아, 제가 좋아하는 팔달산 밑자락 중앙도서관에 갔습니다. 어린 시절 추억 때문인지 80년대 공공 기관에 옛스러운 정취가 정말 좋거든요.

요런 감성 아실려나요. 진한 남색 바탕에 골드 글씨. 제가 이런 빈티지함을 몹시 사랑합니다. 팔달산 밑자락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경사가 꽤 있는데 여기까지 올라오고 나면 뷰가 참 좋습니다.

몇 주 전만 해도 도서관 입구에는 매화와 동백이 한창이었고 조금만 밑으로 내려가면 벚꽃 개나리 목련 등 눈을 기쁘게 해주는 풍경이었죠.

안으로 들어가면 역시 오래된 감성. 넓지막하게 1층 공간을 꾸며놓았는데요. 아이들 열람실 바로 앞쪽이에요.

도서관마다 테마가 있는데 이 수원 중앙도서관 테마는 복지입니다. 노인복지 아동복지 사회복지 마을공동체 그런 책들이 그래서 많이 있어요.

복사실 그리고 디지털 코너라고 쓰인 문구마저도 참 옛스러운 감성이에요.

이월되지 않는 엄마라는 시집을 찾았습니다. 제대로 읽어보진 않았는데 얼추 살펴보니,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가 몹시 아프셨고, 나중엔 결국 암으로 판정되어 돌아가셨더라고요.

안쪽 표지에는 시인의 자필 사인 프린트가 들어 있고요.

가장 마지막 시가 2월 입니다.

죽지 않고 여기 있어서 다행이다. 라는 문구가 마음에 와닿아서 찍어 보았습니다.

중앙도서관 뿐 아니라 그 근방 동네도 참 좋아라 하는데 가볍게 둘러보며 산책을 했습니다. 그런데 머리가 하얗게 센 할머니 한 분을 모시고 아드님이 산책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빨리 더 빨리" 하며 다그치는 듯한 목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거동이 당연히 느릴 수 밖에 없는 연로한 노인분을 왜 저렇게 재촉하나 싶어서, 듣는 귀가 불편했었는데요. 나중에 다시 도서관 계단을 오르는데 또 그분들을 만난 겁니다. "다리를 조금 더 쭉쭉 뻗고" 라며 하드 트레이닝 하는 소리가 또 들렸어요. 도서관 내부에 들어갔는데 2층으로 올라가는 길에 또 다시 그분들이 뒤에서 오시더라고요. 한켠으로 비켜서 먼저 보내드리고, 저는 도서관 이곳저곳 사진을 찍거나 풍경을 감상하며 천천히 가는데 휴게실에서 또 만났죠. 이제서야 여기서 한 숨을 돌리는 듯, 보온병과 약봉지 등을 늘어놓고 챙기고 있었습니다. 남들 눈에는 어떻게 볼지 몰라도, 80은 족히 넘어보이시는 어머님을 재촉하는 트레이너가 되어 이것저것 챙기며 사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겠죠. 그리고 그 덕분에 연로한 어머니께서 일반인들도 오르기에 꾀가 나는 그런 계단도 오르실 수 있고, 근육을 유지하실 수 있는 것이겠죠. 언뜻 지나치는 아드님 옆모습도 흰머리가 꽤 희끗하게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수원 중앙도서관과 바로 옆에 수원 시민회관은 옛날 일제강점기 시절에 수원 신사가 있었던 자리라고 해요. 바로 맞은편 아래쪽으로는 수원 향교가 있고요.

산비탈 길이기 때문에 경사가 꽤 있는데 경사길 밑으로 내려가면 아기자기한 풍경들도 구경할 수 있습니다.

초입부터 맞아주는 빈티지향 감성의 카페들이 여럿 있는데 그 중 하나에요.

아마 저 세련된 특이한 건축물은 교회일 거예요.

이렇게 큼지막한 건물들도 있는데 보통 교회이거나 국가에서 운영하는 지자체 건물이기도 합니다.

이 카페도 너무 예쁘죠. 오래된 주택을 개조해서 만든 카페인데요, 몇 주 전에 지인과 한번 갔었는데 안에도 참 예쁘고 음식도 예쁘게 내 줍니다.

대략 가볍게 왔다 갔다 하고 도서관에서 파는 무인 뻥튀기를 사서 벤치에 앉아 우물우물 먹고 있는데, 하늘에서 먹구름이 몰려오는게 왠지 심상치가 않더군요. 빗방울도 한두개 떨어지고. 저희 세대의 감성이면 아마 아실만한 이상한 나라의 폴에서 대마왕이 등장할 때 그런 하늘이랄까.

이틀 연속 비를 맞을 순 없죠. 재빠르게 주차해 놓은 차로 들어갔는데, 딱 맞춰서 비가 후두두둑 쏟아지고 돌풍이 막 불면서 벚꽃 비를 흩뿌리는 거예요. 차 안에서 잠시 흩날리는 벚꽃 돌풍 안에 갇혀 있는듯한 느낌을 받으며 가만히 있었답니다.

돌풍이 조금 수그러든 후에 운전을 해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오는 길에는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살짝 햇살이 비치기도 하고요. 하지만 역시 꽃샘추위로 날은 쌀쌀하네요. 오늘 글을 쓰다 보니 마치 무찌마님 여행기 버전처럼 한번 써보았네요. 모두들 남은 일요일 저녁 행복하게 보내실 수 있기를 무탈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좋은 저녁 되세요.

ps. 이상한 나라의 폴

https://youtu.be/7-oL00AFvt8?si=c-txyY8ZUiFA1P9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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