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살구꽃 핀 마을- 이호우

미카엘2015ㅣ설본
2025.03.27 17:14 | 조회 166

살구꽃 핀 마을

- 이호우

살구꽃 핀 마을은 어디나 고향 같다.

만나는 사람마다 등이라도 치고지고

뉘 집을 들어서면은 반겨 아니 맞으리.

바람 없는 밤을 꽃 그늘에 달이 오면

술 익는 초당(草堂)마다 정이 더욱 익으려니,

나그네 저무는 날에도 마음 아니 바빠라.

어제 덕수궁에서 아쉽게 보지 못한 살구나무꽃을 출근길 한강에서 만났습니다. 엊그제만 해도 아직 멀었네 싶었는데 이틀사이에 꽃망울을 터트렸습니다. 어찌나 반갑던지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제가 살구나무꽃과 처음 인연을 맺은 곳이 바로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만난 바로 이곳 잠원지구라서 제게는 매우 뜻깊은 곳이기도 합니다. 작은 공원이지만 살구나무가 대여섯그루 있고 개나리 진달래는 물론이요 매화, 산수유, 앵도나무, 만첩홍매화, 복숭아나무, 배나무, 조팝나무, 옥매화와 명자나무까지 수많은 꽃나무들이 때를 맞춰 피고지기 때문에 저만의 시크릿 가든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출퇴근할 때는 물론이요 점심시간때도 커피 한잔 내려 공원에서 잠시 머물다 오기도 합니다. 이제 살구나무가 꽃을 피웠으니 나머지 꽃들도 앞다투어 꽃을 피워내기 시작하겠네요.

나이가 들어서인지 봄꽃이 피기 시작하면 마음이 아리기 시작합니다. 얼마 안있으면 봄이 가겠구나 싶어서랍니다. 시작과 동시에 끝을 생각하다니 나이들어 노망났나 싶기도 하지만 요즘에는 봄이 짧아도 너무 짧으니 그럴만도 하다 싶습니다. 또한 여름 가을 겨울 나머지 계절이름은 다 두자인데 봄만 한자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산울림의 청춘이라는 노래는 ‘언젠간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 피고 또 피는 꽃잎처럼’라고 시작 하는데 이곡을 작곡한 김창완님의 말로는 원래 가사가 ‘갈테면 가라지 푸르른 이 청춘’이었다고 합니다. 하여 올봄에는 ‘언젠간 가겠지‘에서 ‘갈테면 가라지’의 마음으로 갈아타야겠습니다. 어차피 애원을 하고 붙잡아도 봄은 결국 떠날테니 말입니다. 봄만 그럴까요 내 인생도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했던 모든 것도 결국은 떠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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