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서지 않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그러나 굳이 바람이 불지 않아도
그 가지와 뿌리는 은밀히 만나고
눈을 감지 않아도
그 머리는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있다
나무는
서로의 앞에서 흔들리지 않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그러나 굳이 누가 와서 흔들지 않아도
그 그리움은 저의 잎을 흔들고
몸이 아프지 않아도
그 생각은 서로에게 향해 있다
나무는
저 혼자 서 있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세상의 모든 새들이 날아와 나무에 앉을 때
그 빛과 그 어둠으로
저 혼자 깊어지기 위해 나무는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류시화 시인의 <나무는>
단풍이 지고 나서야 비로소 나무 사이의 거리가 보입니다. 그런데 시를 읽고 나니 그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나무가 애를 썼음을 알게 됩니다. 사람도 이와 같아서 지나치게 가까워지면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혹 부딪쳐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한 몸을 이루는 부부 사이에서도 거리는 필요합니다. 칼릴 지브란은 결혼하는 부부에게 이렇게 조언해 주고 있습니다.
함께 서 있으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고
참나무와 삼나무는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으니...
오늘 보내드리는 사진은 창덕궁과 창경원 그리고 창경궁 바로 옆에 있는 원서공원의 사진입니다. 원래 창덕궁 후궁을 예약을 하려고 용을 쓰다가 실패한 후 대신 창덕궁과 창경원을 한 바퀴 돌기로 하여 길을 나섰습니다. 북촌 利밥에서 가볍게 식사를 한 후 제가 좋아하는 애플파이 하나 사들고 창경궁 바로 옆 원서공원에서 갓볶아 내린 커피에 가을 햇살 한스푼 가을 단풍 한스푼 넣어 마셨습니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것 같아 그 자리에 머물고 싶었지만 단풍이 끝물이니 창경궁에 들러야 하겠기에 무거운 엉덩이 털고 일어나 다녀왔습니다.
저희 부부가 좋아하는 고궁은 덕수궁과 창경궁인데 이유는 입장료가 천원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다른 고궁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데 궁궐이나 다른 건물이 많지 않은 대신 연못과 나무와 꽃등 자연이 많기 때문입니다. 사진과 함께 11월의 어느 날 (Un dia de Noviembre) 이라는 제목의 기타곡 함께 보내드립니다. 그러고보니 11월의 어느날이 그다지 많이 남지 않았네요 가을 끝자락까지 아낌없이 가을을 만끽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