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 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제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 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한강 작가의 <괜찮아>
노벨상 수상 이후 한강 작가의 작품을 읽고 있습니다. 소설은 생각보다 술술 읽히지 않습니다. 밥으로 치면 백미가 아니라 현미나 오분도같아서 오래오래 꼭꼭 씹지않으면 삼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분의 시와 에세이는 쉽게 잘 읽힙니다. 오늘의 시도 입에 넣자마자 살살 녹아 식도와 위를 지나 소장에 도착하여 바로 몸안으로 흡수되는 느낌입니다. 시를 다 읽은 후 작은 소리로 “괜찮아 이제 괜찮아” 아기를 달래는 엄마를 흉내내며 나 자신을 달래니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요즘 출근길에 서울숲 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출근길에 성수대교를 건너가면 바로인데 엘리베이터가 여름 장마때 고장나서 여적 작동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도 자주 고장이 났던 곳인데 아마도 엘리베이터를 교체하려고 아예 수리를 안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서울숲의 가을이 궁금하여 오늘 아침에 한참을 돌아 다녀왔습니다. 그곳에서 가을에 물든 나무들을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자니 나무를 스친 바람이 내게 와서 “괜찮아 이제 괜찮아” 위로의 인사를 전해줍니다. 비록 우리네 삶은 고통의 바다(苦海)에 떠있는 작은 돛단배와 다르지 않지만 나무와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래도 세상은 살만하구나싶어 다시 힘을 내어 오늘도 희망의 노를 저어봅니다. 다들 존버하시고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