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의 실상(實相)
구상
영혼의 눈에 끼었던
무명(無明)의 백태가 벗겨지며
나를 에워싼 만유일체(萬有一切)가
말씀임을 깨닫습니다.
노상 무심히 보아오던
손가락이 열 개인 것도
이적(異蹟)이나 접하듯
새삼 놀라웁고
창밖 울타리 한 구석
새로 피는 개나리 꽃도
부활(復活)의 시범(示範)을 보듯
사뭇 황홀합니다.
창창(蒼蒼)한 우주(宇宙), 허막(虛莫)의 바다에
모래알보다 작은 내가
말씀의 신령한 그 은혜로
이렇게 오물거리고 있음을
상상도 아니요,
상징(象徵)도 아닌
실상(實相)으로 깨닫습니다.
아침부터 이렇게 묵직한 시를 전해드리는 이유는 바로 ‘새로 피는 개나리꽃도 부활의 시범을 보듯 사뭇 황홀합니다.’라는 구절 때문입니다. 오늘 아침에 저는 개나리가 아닌 장미를 보며 부활의 시범을 제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하였기 때문입니다. 올림픽 공원의 장미축제는 5월 말에 시작하여 6월에 절정을 이루는데 10월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장미가 피는 것을 한 갑자 살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마침 장미 정원을 손질하시는 가드너가 계셔 여쭤보니 요즘에는 '사계장미'라는 품종을 많이 심는다고 합니다. 사계장미는 15-27도의 적절한 온도에서 꽃이 피고 지기를 반복한다고 하는데 꽃이 지고 난 후 꽃대를 자르면 45일 후 개화를 하여 보통 8월에 전정을 하여 가을에 꽃을 피운다고 합니다. 설명을 들으니 장미축제가 끝나고 꽃이 진후 한여름에 장미 가든의 출입을 제한하였던 이유가 가을 장미를 보기 위한 전정작업때문이었음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그런데 봄 장미보다 가을 장미가 더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는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꽃잎에 맺힌 작은 이슬방울이 가을 햇살에 반사되어 보석처럼 반짝거리기 때문입니다. 출근길이라서 사진 몇 장만 찍고 가려고 했는데 그 황홀한 장면을 두고 도저히 발이 떨어지지 않아 결국 지각을 하고 말았습니다. 제가 지각을 감수하며 건진 가을 장미의 황홀하고 요염하기까지 한 자태를 여러분들께 전해드립니다. 즐감하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