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길상사 - 김용호 시인의 가을날

미카엘2015ㅣ설본
2024.10.10 11:40 | 조회 184

가을바람 한 줄기 스쳐 갈 때

텅 빈 마음 한 자락에

내가 소홀히 했던 그리움이 출현해 좋다.

가을바람에 실려 온 그리움 속에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고운 얼굴

머릿속으로 그려볼 넉넉한 여유가 있어 좋다.

기억 한편에 가득 차오르는

가을 향기 같은 그 사람 마음을 헤아려 볼

느긋한 이유가 있어 좋고 여유가 있어 좋다.

가을날

내가 좋아하고 사랑해야 할 그 사람이

내 기대 속에 가을 햇빛처럼 빛나

내 마음이 황홀해져 무제한으로 좋다.

김용호 시인의 <가을날>

햇살도 적당히 따뜻하고, 바람도 적당히 시원하고, 나날이 나뭇잎도 곱게 물들고 내 마음도 따라 물드는 그저 좋은 가을입니다. 한글날 휴일에 아내를 채근하여 길상사에 다녀왔습니다. 그곳은 내가 사는 곳보다 위쪽에 있으니 ‘오메 단풍 들것네’ 감탄사를 뱉어 낼 수 있을까 싶어서였습니다. 그런데 아직 공연 시작 전 무대 준비로 어수선합니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마음이 분주하여 이미 가을 단장을 마친 성질 급한 친구들 몇을 만나 가을 냄새 풍기는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길상사로 올라갈 때는 마을버스를 타지만 지하철역까지 내려올 때는 성북동 길을 휘적휘적 걸어 내려옵니다. 가다 보면 경건한 성당이 있어 잠시들러 화살기도도 드리고 유명한 빵집에서는 아픈 다리 쉬면서 당도 보충하고 옷 고르는 주인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덩치만 큰 순둥이 강아지도 만나 인사도 나누고 또 부지런히 꿀을 따고 있는 벌과 나비도 만납니다. 그렇게 가을을 즐기고 있는 여러 생명들과 만나노라면 시인의 말처럼 ‘내 마음이 황홀해져 무제한으로 좋습니다.’ 가을은 그런 계절입니다. 오늘도 황홀한 날 되시기를 기원하며 가을을 품은 사진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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