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적막을 깨고
슬며시 고개 내민 햇살처럼
문득 가슴 한구석에
그리움이 피어오르더니
뜬금없이
너의 얼굴이 떠오른다
노을빛에 날개 접은 하루가
스멀스멀 저물어가고
불안한 영혼이 어둠 속에서
길을 잃고 서성이더니
느닷없이
너의 이름이 생각난다
가을인 갑다
불현듯 마음은 연어처럼
시간을 거슬러 추억으로 가는
열차를 탄다
오길원 시인의 <불현듯>
가을과 관련된 시중에 ‘어디론가 떠나고 싶으면 가을이다’라는 유명한 시가 있는데 오늘 불현듯이라는 시를 읽으니 뜬금없이 누군가의 얼굴이 떠오르고 느닷없이 누군가의 이름이 생각나면 가을인가 봅니다.
아직은 낮 기온이 삼십 도를 웃돌고 열대야도 다시 찾아와 여름이 다시 오나 겁이 나기도 하지만 엊저녁 불현듯 어릴 적 빨개벗고 놀던 한 살 터울 사촌 동생들이 떠올라 전화를 건 이유가 계절이 가을이기 때문이었나 봅니다.
오늘은 용산가족공원에 다녀왔습니다. 맨 처음 저를 반겨주는 꽃은 천리향인데 물론 만리향이라는 꽃도 있지만 꽃향기가 천리를 간다니 너무 지나친 과대광고가 아닌가 싶어 볼 때마다 괜히 무안해지곤 합니다. 그 뒤를 이어 연못에 가득한 수련들이 손짓하며 인사를 하고 여름 무더위를 이겨낸 장미가 늠름하게 정원을 지키고 있고 죽단화와 애기똥풀이 어깨동무를 하며 환하게 웃으며 저를 반겨주었습니다. 벤치 위에는 노랗게 색 바랜 나뭇잎이 앉아서 인생무상을 곱씹으며 쉬고 있는데 숙연한 분위기 탓에 차마 곁에 앉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여름은 가고 어느새 가을입니다. 모두 모두 오늘 하루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지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