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서 CT상 췌장암 4기(간전이)로 보여 지난 주 조직검사와 pet-ct 받으셨는데 뼈전이까지 있는걸 추가적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엄마가 허리 디스크가 생긴거 같다고 하셨는데 디스크가 아니라 이것도 암이었네요
너무 슬펐지만, 가장 먼저는 어머니가 걱정되었고 두 번 째로는 아버지가 걱정되었습니다.
아버지는 요즘 암에 좋다고 하는 음식은 다 사다가 엄마에게 어떻게든 한 입이라도 먹이시려고 하세요
암 환자들한테 좋다는 곳도 데려가려고 여기저기 알아보시구요
평소에 감정표현도 별로 없으셔서 아버지가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데 요즘 아버지께서 많이 힘에 부쳐보이시는게 느껴집니다
결과가 유감이라고 씁쓸하게 전하시는 교수님, 잠시 흐르던 정적, 그리고 그저 잘 부탁드린다고 부탁하시던 아버지 모습이 잊혀지지가 않아요 뭐랄까.. 겁 먹은 아버지 모습은 태어나서 처음 봤거든요
어머니는 병실 가시고 아버지랑 저는 요양병원 같이 둘러보는데 제가 보호자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요양시설에 적혀진 팜플렛에 적힌 보조치료나 영양제 보고 이거 맞으면 환자한테 도움이 되냐고 무언가에 쫓기듯이 여쭤보는 아버지 모습이 너무 낯설었어요
평소라면 이성적인 판단을 하셨을텐데 아버지가 정신적으로 많이 흔들리고 계시구나 하는게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혼자 계속 중얼거리시더라구요... '애엄마가 많이 아파요... 췌장암이에요... 많이 아파요...'
아빠는 원래 요양시설 가는거 내켜하지 않으셨어요 그런데 엄마 의지가 완고하셔서 알아본거라 요양시설 상담 받을 때 냉철하실 줄 알았는데 꽤 절박해보이는 모습이 자식으로서 너무 슬펐습니다. 평소에 그럴 분이 아니시거든요.
어떻게 대처해야할까 하다가 그냥 "아빠, 일단 엄마가 그런 치료를 받으려면 체력부터 회복해야할거 같아. 엄마가 조금 컨디션 괜찮아지면 그 때 생각해보자." 했습니다.
사실 엄마가 시설 들어가고 싶다고 하신 이유는 특별한 치료를 받고 싶어서가 아니라 쉬는데 집중하고 싶으셔서거든요. 남이 차려준 밥 드시고 집안일 신경 안 써도 되는 환경에서 편하게 있고 싶으셔서 시설 들어가고 싶다고 하신거라... 제가 중심을 잘 잡아드려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와중에 외가, 친가 어른들한테 전화가 잔뜩 와서 다들 걱정 어린 조언을 제게 해주시는데 머리가 너무 아팠습니다.
전화를 저한테 주셔서 망정이지, 이 전화를 전부 아빠가 받으셨으면 어땠을지 상상도 하기 싫네요...ㅜㅜ
다들 엄마가 잘 치료 받으셨으면 하는 마음에 알아보신것들 저에게 일러주신거겠지만...솔직히 말하자면 너무 부담스러웠습니다 저는 이미 어느정도 마음 속에 판단과 기준이 선 상태였기 때문에(카페에서 조언도 많이 얻은 상태라 가능했습니다. 감사합니다.) 크게 흔들리지 않았지만.. 그 전화들을 아빠가 전화를 받았더라면....
그리고 외가 친척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저는 아버지도 어느정도 신경써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집에서 멀어지는 만큼 아버지가 챙겨야 하는 부분이 커지는데... 요즘 아빠 모습을 보면 이러다 사고 나겠다 싶더라구요 길눈 밝은 아버지가 네비 안내 30% 놓치는 모습도 처음 봤습니다
환자도 힘을 내야하지만, 보호자들도 정말 스스로를 잘 돌보고 강인해져야 하는 거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 멘탈 체크도 하고 함께 힘을 내야하는거 같아요 나눠서 할 수 있는 일은 나눠서 하구요
부모님이 제 보호자라는 생각만 가지고 살았는데, 어머니가 아프신 뒤로는 저도 부모님의 보호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나서 기분이 복잡한 요즘입니다.
잠도 못자고 새벽부터 넋두리 하다 가네요
그래도 털어놓을 곳이 있다는게 많은 위안이 됩니다
주변에는 이런 얘기 할 사람이 없거든요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