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대장암 4기 보호자 아들입니다.

딜리전트l대보
2024.07.05 16:20 | 조회 2.4k

오랜만에 인사합니다. 다들 잘 지내시죠??

몇번 글 썼는데 작년 10월에 올린 글을 마지막으로 글을 쓰지 못했습니다.

음.. 작년 12월 18일 저희 어머니는 돌아가셨습니다.

22년 10월 첫 진단을 받고 직장도 다 그만두고 끝날때까지 엄마 옆을 지키겠다던 약속은

잘 지켰던 것 같습니다. 늘 그렇게 해주어서 고맙다고 말씀하신 엄마가 참 보고 싶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14차 항암 이후 약을 바꾸시고 나서 부작용에 많이 힘들어 하셨습니다.

가장 큰 부작용은 호중구 수치가 바닥을 치는거였고 그로 인한 장염 증상이었습니다.

거의 가지 않던 응급실을 한달에 한번 2주에 한번 가기 시작하시더니 마지막에는 뇌경색 증상까지 오셔서

결국 병원에 입원하시게 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뇌경색이 있던 그날 아침 병원에 가는길이었고 엄마는 준비하기 위해 일어나 계셨습니다.

저희 아버지가 몸이 불편하셔서 혼자 식사를 챙기기가 어려워 어머니께서 병원가시는 날에는 부침개며

반찬이며 아버지가 식사하실 수 있도록 차려놓고 나가셨습니다.

평소와 달리 말을 걸어도 말씀도 못하시고 옷도 잘 못입으시길래 옷을 입혀드리려고 하는데 갑자기 몸이 한쪽으로

기울어 지시고 본인 뜻대로 움직이지 않으시는 것 처럼 느껴졌습니다. 이상해서 바로 119에 전화했고 뇌경색 증상

이라는 판명을 받고 급히 신촌 세브란스 응급실로 향했습니다. 뇌경색은 시간과의 다툼이기 때문에 병원에서는

가장 빠른 조치로 수술을 해주었고 그 결과 큰 부작용 없이 1주일 정도 입원하시고 잘 퇴원하셨습니다.

퇴원하신 후 일주일 동안 친구들도 만나시고 일가친척들 다 만나셨고 12월 18일 월요일 오후에 집에서 주무시듯이

그렇게 평안히 가셨습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엄마는 참 대단합니다. 뇌경색 증상이 있었을 때 이미 본인 스스로 이상하다고

느끼셨을텐데 오른쪽 팔을 못움직이심에도 아버지 식사를 챙겨드려야 한다는 마음으로 몸을 움직여서 부침개를

부치셨습니다. 나중에 퇴원해서 어떻게 했냐고 물어보더니 그게 아빠를 향한 엄마의 사랑이지라고 하셨던게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또 18일 아침에 구토와 대변을 보셨는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혹시나 당신이 죽으면 자식들이 치워야 할 것들이

많을까봐 마지막 힘을 내서 속에 있는걸 다 비우시고 가셨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별 것 아닌듯 하지만

마지막까지 자식을 향한 엄마의 사랑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엄마는 자신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셨습니다. 말씀하셨던대로 주무시듯이 평안히 가셨고 돌아가신 엄마의 얼굴은

하얗고 깨끗하고 후회하나 없는 그런 얼굴이었습니다. 엄마는 지금쯤 그렇게 가고 싶어하시던 천국에서 행복하고

아름다운 하루하루를 보내시고 계시겠죠

1년이 조금 넘는 시간동안 엄마 옆에서 간호하면서 엄마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음에 참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일을 하느라 엄마와 시간을 보내지 못했던 형이 강원도를 가야하는 저를 위해 연차를 썼고

그 연차로 인해 엄마의 임종을 지킬 수 있게 되어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엄마가 저에게 주신 교훈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 교훈들을 가슴에 잘 안고 살아가야겠습니다.

문득문득 찾아오는 보고싶음에 눈물이 흐르기도 하지만 그 감정이 그리 오래가진 않습니다.

아마 천국에서 곧 만날 수 있을것이란 믿음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생각날때마다 얼굴도 모르고 상황도 모르는 여러분들을 위해 늘 기도하고 있습니다.

병과 싸워야 하는 과정, 그 과정을 함께 걸어나가는 보호자의 마음은 겪어본 사람이 가장 잘 알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하루하루를 힘내서 걸어가는 동행 가족들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종종 놀러와서 글도 남기고 하겠습니다. 힘내세요!!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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