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암보다 더 무서운건 인간인 걸 뼈저리게 느낍니다.

길을걷는자l직본
2024.06.10 20:40 | 조회 3.6k

2022년 12월 내시경을 통해 직장암을 판정받고 선항암 방사선, 그리고 작년 3월에 수술, 8월초에 항암을 끝냈습니다.

그런데 치료가 끝나고 시간이 지나면 없어질 것이라 믿었던 우울감이 여전히 주기적으로 절 괴롭힙니다..

저는 원래 수학강사면서 몇 개의 학원을 가진 학원장이었습니다.

10년을 하루도 휴식없이 강의를 하고 학원을 운영하며 학원을 키웠고

그렇게 제 학원은 소도시이지만 가장 큰 수학학원 중 하나로, 저는 나름 지역에서 일타소리를 들으며 많은 이들에게 신뢰를 받던 강사면서 학원장이었지요.

휴식없는 워크홀릭과 스트레스가 원인이었겠지만

2022년 12월 직장암 판정을 받고 생각보다 너무 큰 병변과 통증때문에 급작스레 바로 치료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이 때, 통증이 너무 심해 학원 두 군데를 오랫동안 함께 일했던 관리자와 강사, 그리고 나머지 학원에서 동업을 하던 고등학교 동창인 친구에게 급하게 나누어 맡기고 치료에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나누어 맡기고 투병 기간 중 업무를 보고만 받으며 보냈는데 보고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만 하더군요..

치료기간 깊이 신경쓰고 싶지 않았던 탓이었을까요.. 아무 것도 모르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5개월 후에 수술을 마치고 보니 멀쩡하던 학원은 매출이 반토막이 나있었고.. 맡겨논 관리자는 잦은 결근과 기본적인 업무조차 제대로 하지 않아 학부모 클레임이 수십회였는데 친구라고 믿었던 동창은 자기 일이 아닌 듯 그저 수수방관에 그나마 맡겨논 반들도 다 날라간 엉망인 상황이었습니다.

더군다나 맡겨놓은 관리자는 업무태만, 보고누락에 공금 횡령까지.. 정말 가관인 상황의 연속 속에서 우울증이 생기더군요.

그대로 무너지고 싶지 않아

아직 아물지 않은 수술부위를 붙잡고, 입원 항암을 하던 3개월간 항암이 없는 날들은 하루에 6시간 이상 강의를 했고 입원해 있을 동안은 항암제를 케모포트에 꽂고 병원에 앉아 이를 악물고 수업교재를 집필했했습니다.

그렇게 1년이 지났네요. 다행히 아직까지 재발, 전이 없이

이제 어느 정도 학원은 정리가 되었고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조금씩 명성과 매출을 되찾아가는 시점이 되었습니다만.. 인간에게 당한 상처는 아물지가 않는군요.

1년 간 5억여원에 육박하는 손실을 입었지만 그건 아깝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일에 관해 믿었었던 세 사람이 모두 배신하는 것을 겪어보니

일터에 나와 있을 때나 시간이 남는 주말에 문득 울컥대는 이 우울한 감정은 1년이 지나도 도저히 잡히질 않네요.

치료과정이나 항암의 과정에서 마음이 약해져서 그랬겠거니 했는데 그게 아닌가 봅니다.

등산, 러닝, 헬스같은 운동을 하며 우울한 마음을 누르고 있었는데 틈만 나면 올라오는 이 우울함....

언제쯤 얼마나 시간이 지나야 마음에 평안을 얻을 수 있을런지...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 건지 생각이 많습니다.

암도 정말 힘들었지만 사람이 남긴 마음의 병도 만만치 않게 아프네요.

부디 동행의 다른 환우분들은 사람으로부터의 상처가 없으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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