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둘째 딸입니다.
이 카페에 있는 글들이 참 오래 됐는데 이 카페에 글을 썼다는 건 아빠가 돌아가시기 2주전에 처음 알려주셨어요
첫 글을 보고 마음이 아파 다른 글들을 다 읽는데도 한참이 걸렸네요
우리 아빠 처음 아프다고 했던 날이 생각나요
저 중학교 들어간지 얼마 안 됐을때 아빠가 폐암 3기라는 말을 듣고 펑펑 울면서 생존율을 찾았었는데
15프로인가 남짓했던 생존율을 보고 참 절망적이었는데 그걸 이겨내고 결국 9년 넘게 버텨내셨어요
아빠의 마지막글이 희망적인 글이라 많은 환우분들께서 위안을 받고 용기를 내셨을 것 같아 이 글을 쓰는데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도 저희 아빠의 마지막글은 제가 꼭 써드려야 할 것 같아서 그래도 적어봅니다
아빠는 뼈 전이가 되신지 2년이 넘으셨는데도 저희가 마지막 씨티지를 해독해보고서야 알게 될 만큼 엄마, 언니 저에게 참 비밀이 많은 분이셨어요. 아마 여리고 여린 저희 가족이 걱정하지 않길 바란것이었겠죠
아픈 사람처럼 보이지도 않고 늘 강인한 모습으로 운동도 하시고 열심히 살아가셨는데 그래서 저도 아빠가 암환자인걸 까먹고 있었는지도 몰라요
저희 아빠는 참 좋은 아빠였습니다
대학을 가 멀리 떨어져 있는 저와 결혼을 해 떨어져 있는 언니와 항상 매일 영상통화를 하며 몇 시간을 함께 이야기 했을 만큼 가깝고 또 가까운 사이였어요
아빠께서는 근 3개월간 급격히 안 좋아지셨어요. 숨이 차고, 뼈 통증이 심해지셨고, 눕지도 못할만큼 힘들어하셔서
낙상사고도 여러번 있어 가족들이 돌아가면서 앉아있거나 서있던 아빠가 또 넘어지실까봐 항상 다리와 몸을 부여 잡으며 교대로 밤을 샜었어요
너무 아프시고 힘들어하시는 모습을 보며 아, 우리아빠 이렇게 힘들어 하시는데 편안해지시는게 더 좋은 거 아닐까? 했던 생각들이 이제 생각해보면 간병하는게 힘든 내 속마음이 아빠를 죽게 만든 것 같아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아빠는 잠깐 잠깐 정신이 드실때마다 농담을 하시는, 참 웃음이 많으신 분이셨어요
아빠는 참 강인하셨습니다! 글을 봐도 알 수 있듯 그 많은 고비들을 넘기고, 넘기고, 항암을 계속하며 삶의 의지를 보여주셨어요. 아빠가 목표로 한 언니의 결혼은 언니의 손을 잡고 식장으로 들어가셨고, 제가 대학을 가는 걸 보시고 싶다던 아빠는 제가 어느새 막학기에 교생을 다녀오는 것도 봐주셨어요 참 감사한 일입니다.
아파도 진통제를 참으며 호스피스도 가고 싶지 않다고 하시며 삶의 의지를 보여주신 아빠는 결국 참다참다 가신 호스피스에서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돌아가셨어요. 저는 잠깐 짐정리를 하러 올라간 사이 아빠의 마지막을 기다려주지 못한게 참 아쉽지만 귀에 대고 통화로 말한 제 마지막 말이 아빠에게 닿았길 바랄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언니와 엄마가 지킨 임종이 아빠에겐 큰 힘이 되었길 바래요
아빠의 마지막은 초라하지 않았습니다
아빠의 죽마고우인, 저에겐 아빠같으신 삼촌 두 분이 마지막과 장례 절차를 끝까지 책임지시며 잘 도와주셨고
엄마의 지인과 언니와 저의 지인들과 아빠의 그 많은 지인분들께서 장례내내 자리를 채워주시며 참 시끌시끌 외롭지 않으셨을거예요.
천주교셨던 아빠를 위해 여러 성당에서 오신 신부님들과, 많은 신도들의 기도와 장례미사, 삼우미사까지 치르며 좋은 곳으로 영면하셨을 것이고, 아빠의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과 부종으로 알아볼 수도 없던 얼굴이 입관때 보니 붓기가 다 빠졌던 모습이 저한텐 이제 아빠 아프지 않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모습같아 참 위로가 됐습니다.
아빠는 저를 많이 사랑하셨고, 애정을 많이 주셔서 사실 많이 힘듭니다!
하지만 저는 아빠 아픈채로 몇 개월 더 사시는게 낫니, 아빠 편안한 상태로, 아프지 않은 상태로 영면하시는게 낫니 하면 저는 주저하지 않고 후자를 고를거예요. 이제 아빠는 아프지 않을거니 전 그게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아빠, 좋은 곳으로 갈 수 있게 많이 빌어주세요
저는 이제 아빠가 알려주시지 않고 가셔서 많은 일들을 처리해야 하지만, 하늘에서 다 도와주시고 지켜보리라 생각하며 마지막까지 딸의 도리를 다하고 열심히, 아주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아빠, 마지막까지 언니에게 저를 부탁하고 많이 걱정하셨는데, 이제 걱정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아빠 덕분에 잘 컸고, 많이 그립겠지만 가끔 울고, 많이 웃으며 행복하게 잘 살겠습니다
정말정말 사랑해 아빠, 나중에 또 만나는 날까지 아프지말고 편안하게 있어
나 정말 잘 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