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암투병 중입니다 전 20대고요
어렸을 때 엄마가 정말 많이 화를 냈어요
공부 안 했다고 화내고, 성적 낮다고 화내고, 친구한테 잘해줬다고 화내고(호구 잡혔다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그렇게 공부 못하지도 않았어요 중학교, 고등학교 상위 10퍼는 했고 대학도 그 정도되는 곳 갔어요
저한테 화를 낼 때 상처받는 말도 하셨어요 돌대가리다, 식모나 해라, 미친x
가끔은 물건도 집어던졌어요
사실 지금은 다 흐릿해요 너무 싫어서 잊어먹은 것 같아요
부부싸움도 매일하셨고요. 그리고 제 성격도 점점 우중충해져갔고요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교 때는 거의 친구가 없었어요 2~3명 정도 있었어요 제가 말을 거의 안했거든요 은따였죠 뭐
당시의 저도 우울했어요. 하루가 멀다 죽고싶다고 생각했고 그런데 죽는 건 무서워서 아무것도 안했으니까 그때 전 제가 정상이라고 생각했어요 어쨌거나 자해같은 것도 안 했으니까. 죽고싶다는 생각 매일해도 진짜 죽지는 않을거란 걸 알고 있었거든요
가장 상처가 됐던 날이 엄마가 암투병 한 이후로 매일같이 떠올라요
뭘 잘못했는지는 기억이 제대로 안 나는데 엄마가 보기에 제가 친구들한테 호구가 잡혔다, 한심하다라고 느끼셨던 것 같아요. 그거랑 관련되서 화를 냈거든요
엄마가 미친듯이 소리 지르면서 갑자기 절 베란다로 끌고 가시더라고요
이사 가기 전 아파트가 고층이었는데요
제 팔목을 잡고 여기서 같이 죽자고 그러더라고요 옆에서 동생은 말리고 저도 울고..
그때가 초등학생이었나 중학생이었나 그래요.
그런데 엄마가 절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아니에요 화가 안 나면 잘해주셨거든요
그리고 지금은 알아요 엄마가 우울증인거 정신과도 다녔던 거요 아빠랑 사이도 안 좋았고 시집살이도 있었고 또 ㅇ엄마의 아빠한테 가정폭력도 당했던거요
그냥 제가 어렸을 때가 너무 힘들었어요 미친듯이 불안했고 공부 때문에 스트레스 받았어요 학창시절 시험치기 직전엔 항상 헛구역질했어요 너무 스트레스받아서 시험못보면 정말 다음날 눈뜨기 싫었어요 이대로 세상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수백번 생각했고요
그런데 상대적으로 엄청 심각한 가정은 아니었죠 누구 하나 죽을만큼 위험했던 건 아니니까
누가보면 겨우 이 정도가지고 그러냐는 소리도 나올 수도 있죠 점점 저도 커가면서 사이는 좋아졌거든요 그리고 저도 엄마한테 상처주는 말 많이 했으니까 근데 엄마만큼 상처주는 말 하진 않았어요 자기방어일지도 모르지만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암투병하면서 엄마가 그러더라고요 내가 너한테 기대를 많이해서 그랬다 용서해라 이걸로 다 잊자...
저는 알았다 괜찮다 그렇게 대답했어요
그런 저는 엄마가 용서가 안되나봐요 처음 암진단 받고 며칠 힘들어하다가 이제는 무덤덤해요 엄마가 아프다는데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 못해주겠어요 그냥 목에 턱 걸려서 안 나와요 엄마는 점점 안 좋아지고요...
엄마는 죽음 앞에 서있겠죠 죽음이란 걸 곱씹고 있으시겠죠 55세... 죽기엔 이른 나이에요.
요즘들어 자꾸 그 생각이 나요 그때 나보고 같이 죽자더니 지금은 무서운가.... 나한테 대체 왜 그렇게 못되게 굴었을까 그냥 소리 안 지르고 타일러주면 안됐을까
이것말고도 참 답답하고 서러운 일들이 자꾸 생각나요
엄마한테 얘기할 생각은 없어요 더 이상 옛날일로 상처주지 않는 게 제 최선일까요
전 어렸을 때의 엄마 용서할 생각 없거든요 제가 엄마를 용서한다면, 엄마의 행동을 용인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나중에 내 자식을 낳았을 때 내가 엄마처럼 행동하고 내 자식한테 '나도 엄마를 용서했으니 너도 날 용서할 수 있겠지?' 라는 걸 내포하는 거잖아요
전 그런 엄마 되기 싫어요 그래서 쪼잔하고 속좁고 유치하고 이기적인 거라해도 용서 안 할 거에요... 변명일지도 모르지만...
그런데 엄마한테 다정하게 구는 거.. 다정한 말 ... 그거 안하면 나중에 언젠가 제가 후회할까요? 못해줬다고?
정확히는 온마음 다해서 엄마를 대하는 거요
엄마를 향한 감정 중에서 증은 나혼자 삭이고 애만 주는 거요...
그거 안하면 후회할까요
아님 제가 어리석고 멍청하고 한심한건가요 솔직하게 말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