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비 내리는 고모령 쭈꾸미 인생.

빛나는 전진 I 대본
2024.05.17 16:29 | 조회 1.8k

여행 좋아라하는 남편을 핑계 삼아서

저 좋아하는 야구 보러 대구에 갔었습니다.

대구 갈 땐 언제나 동인동 찜갈비집 주소 찍고 가는데, 이번에는 그냥 다른 식당 주소를 찍고 갔어요~.

1. 붉은맛

대구 시내에 있는 신땡식당으로 주메뉴는 낙지볶음. 저희는 새우가 올라간 것으로 먹었습니다. 탱글탱글한 낙지와 통통한 새우가 감칠맛 폭발하는 양념에 잘 버무려져 있어요. 처음엔 맵지 않아서 살살 들어가다가 나중엔 역시 매워서 새우만 간신히 먹었는데도 진짜 자꾸 땡겼어요;;;

짐 풀고 이 닦고 야구장에 갔는데 비가 계속 와서 경기 취소. 우취 되면 가보기로 했던 경주에 진짜 십년만에 갔습니다.

대구에서 경주는 사십분 정도? 가깝더라고요~. 마침 길가에 스타벅스가 있어서 열혈님이 주신 당플러스 쿠폰을 사용했습니당. 언제나 감사합니당!

경주빵, 십원빵… 빵집들 많은 황리단길을 지나서,

비오는 저녁 운치있는 첨성대도 보구~ 참 좋았습니다.

사진은 없지만 결국 십원빵도 처음 먹어봤어요^^.

2. 망한맛

미리 경주에 갈 줄 알았다면 맛집 좀 찾아 놓을 걸… 급 검색한 함땡집은 육회로 유명하니 못 가고, 비 오는 밤 고심 끝에 찾아간 교땡쌈밥. 식당에 들어가니 우리말 못하는 외국인들만 있는 관광지 식당이었어요. 망이었습니다.

환자라서 그런지 요즘엔 음식 하나 잘못 먹어도 진짜 망하는 거라… 관광지 음식이 니글거려서 더는 경주에 못 있겠더라고요. 비오는 길가에서 월정교 좀 바라보다가 바로 대구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여행 와서 합방. 코 고는 남편 툭툭 발로 차면서 자야 하는데… 트윈 침대 방을 예약해버려서 발로도 해결 안됨. 귀마개하고 스틸녹스 먹고 잤습니다. 다행히 아주 푹~ 잘 잤습니다.

날도 개고 청명한 바람이 부는 다음 날. 야구장 표를 간신히 구해놓고 대구에 하루 더 있기로 했어요. 호텔 뒷 길로 야구장을 오가는데(하루 두 번씩 이틀이니 네 번 이상 지나가는 길) 길 옆 벽에 이렇게 써있는 겁니다.

당신은 지금 비 내리는 고모령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비도 안오는데 자꾸 비 내리는 고모령을 넘어간대~ 남편은 운전하면서 한두 번 이 고개를 넘더니 이제 농담을 합니다. 비 내리는 고모령. 진짜 유명한 옛날 노래잖아요. 야구장 가느라 자주 넘던 길이 그 고개라니!

야구장 가는 길에 또 그 비 내리는 고모령을 넘어 이번에 새로운 맛집 도전입니다. 고땡역쭈꾸미. 열한시 반 오픈에 열두시에 가서 삼십분 정도 기다렸어요.

3. 벌건맛

🐙두족류 중에 제일 작고 불품이 없어서 값도 싸고 이름도 싼 주꾸미. 양념 맛으로 먹는 그 주꾸미를 여행 와서 애써 찾아 먹지는 않는데… 진짜 이 집은 맛있다길래 먹어 봤습니다. 일단 양념은 동인동 찜갈비 양념 맛과 비슷한데 이 것으로도 맛있죠. 맵지 않아요~ 달지도 않아요~ 그런 오묘하고 담백한 반전 양념과 진짜 너무 신선해서 불에 볶아지는 동안 물을 쭈쭈 내뿜고 뒤집히는 주꾸미들! 야들야들하고 고소한 맛의 향연이었습니다. 과연 인생 주꾸미로다!

차돌 곁들임은 신의 한수.

오묘한 양념맛의 결정체인 볶음밥은 사랑.

작년 구월엔 교수님께 야구장 가도 되냐고 물으니 힘들면 조금 보다가 나오세요 할 정도로 걱정스런 몸 상태였는데, 지금은 목청 터져라 응원하고 연장전까지 봐주는 몸이어라. 비온 다음날이라 무지 추웠는데 다행히 실내석까지 구한지라 도파민 뿜뿜 아주 신나게 야구를 봤습니다. 졌지만요~.

4. 빨간맛

올라가는 날, 동인동 찜갈비 먹을까 고민하다가 안먹어본 맛집에 들려봤어요. 송땡동태탕이라고 동태찜에 동태탕을 함께 주는 식당이었는데, 비주얼은 텁텁해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아요. 맵칼?한 대구의 참맛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물론 저에겐 매웠다뉸.

항암 휴지기 여행을 빙자하고 야구 직관을 앞세운,

이번 여행은 사실 대구 맛집 기행이었네요;;;

붉은맛, 벌건맛, 빨간맛… 약간 투박한 듯 하지만,

감칠맛 제대로인 대구의 맛을 우리 부부는 좋아합니다.

오다가다 먹은 대구 10미라는 것들도 맛있었지만,

이렇게 또 나름 찾아서 먹는 것도 맛집 기행입니다.

어머님의 고향, 남편의 외가라 더 친숙하기도 하고~

삼성라이온즈의 홈이라 무한 애착이 가는 도시, 대구!

대구는 내 고향 정다운 내 고향~~🎶 (대구찬가)

다시 갈지 모를 곳 많아지지!

그래도 인생은 생각보다 길지!

제3, 제4의 고향도 만들 수 있지!

또 어디로 떠날지!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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