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살구나무 꽃이 피었을까? 싶었는데 한강 잠원지구 누에공원이 가까워질수록 불난 것처럼 멀리서도 열기가 느껴지고 환한 빛이 뿜어져 나오더군요. 설마설마했는데 아 글씨 마침네 “살구나무 꽃이 피었습니다.” 그것도 아주 활짝 피었습니다. 오늘 안 봤으면 어쩔 뻔했나 싶어 가슴을 쓸어내리며 일 년 만에 재회한 살구나무 꽃과 인사를 나누고 다시 만나자 약속한 후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재촉하며 돌아왔습니다.
사실 오늘 오전에 치과진료가 있어 꽃 구경은 글렀구나 싶었는데 생각보다 진료가 일찍 끝나는 바람에 점심 먹은 후 산책 삼아 한강공원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기대하지도 않았던 살구나무 꽃을 실물로 영접하게 되었답니다. 花無十日紅, 열흘 붉은 꽃이 없다고 하니 부지런히 꽃 구경 다녀야 하겠습니다. 그나저나 철없던 시절부터 꽃은 계절 따라 피고 지고를 반복하였을 텐데 어째서 젊은 날엔 꽃이 이리 예쁜 걸 몰랐을까 고개를 갸우뚱하게 됩니다. 유행가 가사처럼 ‘젊은 날엔 젊음도 모르고 (꽃 좋은지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중년이라 말하기 애매하고 눈치 보이지만 아직은 중년이라 우기며 이채 시인의 ‘중년에 맞이하는 봄’ 과 오늘 공원에서 만난 꽃 사진 함께 보내드립니다. 좋은 봄날 되세요
중년에 맞이하는 봄
이채
봄은 겨울을 거쳐야 꽃이고
꽃은 당신을 스쳐야 사랑인가 봅니다
백설의 언덕에 묻어 놓은 많은 이야기
또다시 그리움에 눈꽃이 필 때
꽃샘추위에 매달린 눈물
마저 익어야 향기인가 봅니다
잊을 만치 지나온 여정의 뜰에
철없던 시절의 꽃은 계절 따라 피고
철새도 둥지가 그리워 돌아왔습니다
꽃과 사랑의 향기에 춤추던
삶의 뒤안길로
많은 봄이 스쳐가고, 또 스쳐가고
뜨거운 열정도 일찌감치 지나갔지만
아직도 따스한 가슴 식을까
두 손으로 움켜쥐고 걸어오는
중년에 맞이하는 봄
여전히 계절의 꽃이 아름답고
새삼 바람이 반갑고
날마다 정이 든 사람이 고마워
입을 맞추고 가슴 부비고
당신의 풍경에 물든 사랑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