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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아내와 고희동 구립미술관에 다녀왔습니다. 고희동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셨던 분으로 그분이 살던 집터를 미술관으로 꾸민 이곳은 창덕궁 돌담을 끼고 있는 원서동(苑西洞)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창덕궁 앞으로 만 지나다녔지 원서동은 초행길이라서 외국여행 온 것처럼 보는 것마다 신기해하며 재미나게 돌아다녔습니다.
원서동은 북촌이나 서촌에 비해 덜 알려져 있어 한적하고 고즈넉해서 산책하기 참 좋았습니다. 그리고 원서동에서 북촌으로 넘어가는 고갯길 양편으로 형형색색의 이쁜 가게들이 많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더불어 한옥에서 산수유와 목련을 만났는데 그네들의 꽃봉오리가 터지기 일보 직전이라서 꽃의 속살이 언 듯 내 비쳐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꽃봉오리들이 푹죽처럼 터질 날이 멀지 않았음을 보며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라는 정현종 시인의 싯구를 떠올렸습니다.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 정현종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 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 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