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백수는 바빠야 산다.

화이트l위본
2023.12.16 11:48 | 조회 1.3k

위 전절제로 십 년 지났고 완치 진단 후, 당뇨 전단계로 다시 바쁜 투병 생활을 하고 있어요. 작년 초, 뒤늦게 갱년기 우울증이 찾아와서 몇 달간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

몸이 아파도 힘들지만 심한 우울증도 사람 잡는다는 걸 겪어본 사람은 압니다.

그러다가 위 전절제에게 필수인 비타민 B12 검사하면서 혈액 수치에서 당뇨를 발견했어요. 하는 일 없이 마냥 게으르게 늘어져 지내던 제가 갑자기 하루 세 번 운동을 해야 하는 바쁜 신세가 되어 버렸는데 이게 참 다행이었습니다.

좀 더 큰 문제가 닥치니 우울증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당뇨에 대해 벼락치기로 공부하는가 하면 시장 봐서 부지런히 건강식을 챙겨야 했어요. 당뇨는 식후 운동이 필수라 밥 숟갈 내려놓기 바쁘게 집 밖으로 뛰쳐나가 걸어야 했습니다.

무기력하고 저질 체력이어서 당장 근력 운동을 할 상태가 아니었기에 점핑, 요가, 댄스, 계단 오르기, 실내 자전거, 오르막 공원 걷기를 하며 근력을 조금씩 키워갈 수 밖에 없었어요.

비가 오든 태풍이 불든 부지런히 운동을 했는데 빙판길에 넘어져 손목이 부러지는 사고도 아침부터 걷는다고 나섰다가 그리 되었지요. 겨울엔 얼음이 녹는 낮에 나가서 걸어야 하지 말입니다.

이제 일년 반이 지났지만 여전히 당화혈색소는 정상 수치로 내려가지 않고 전단계에서 왔다갔다 하고 있어요. 근력 운동을 미룬 탓인 것 같아 내년부터는 근육 만드는 운동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저같이 식탐 많고 의지 부족에 게으른 사람도 노력하면 조금씩 나아진다는 걸 몸으로 느꼈습니다.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똑같이 적용할 수는 없지만 대체로 건강한 생활을 하려면 실천해야 하는 내용을 정리해봤습니다.

1. 정해진 시간에 식사하기 - 저는 5시 반에 저녁을 먹고 아침은 7시 반, 점심은 12시 반에 먹습니다. 그렇게 하면 정각부터 행복해지거든요. 예전에는 배고프면 시간에 상관없이 먹었는데 식사 시간을 정하니 하루 일과도 정돈되는 효과가 있어서 지금은 제 시간에 맞춰서 식사합니다.

2. 정해진 식사량으로 먹기 - 좋아하는 음식이 나오면 배가 터지도록 과식을 하던 저는 예전 급식에 스파게티가 나왔기에 식판 가득 스파게티를 넘치도록 담아와서 먹었더니 퇴근하고 집에 와서도 소화가 안 되어 혼난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이십 분 이상 천천히 먹고 약간 더 먹고 싶다고 느껴질 때 식사를 멈춥니다.

3. 건강식으로 먹기 - 통곡물, 해조류, 버섯, 쌈채소, 콩, 과일, 견과류, 나물 등으로 식단을 구성합니다. 채식보다 엄격한 자연식물식을 하는 딸과 살다보니 가공 식품 없이 자연에서 바로 식탁으로 옮겨진 식사를 해서 아마 우리 집 첫째 따님은 머지 않아 곧 근육질의 선녀나 수염 없는 신선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4. 해로운 음식 멀리하기 - 암을 겪고 즐겁게 지내려 시골 생활을 했는데 직장 생활과 사람에 지친 마음은 치유되었으나 혼자 시골에 있으면서 과자나 식빵으로 끼니를 때우다보니 점점 탄수화물 중독이 되어서 과자를 더 먹게 되었습니다. 당류도 원래 좋아해서 달달한 커피와 단 음식을 끊지 못했어요. 지금 우리집은 건강식 재료 외엔 아무 것도 없습니다.

5. 몸을 수시로 움직이기 - 운동을 밥 먹는 것처럼 일상적으로 합니다. 걷기 힘든 날씨에는 집에서 줌바 댄스 영상을 틀어놓고 30분 동안 신나게 춤을 춥니다.(운동화 필수) 소화도 되고 당을 털고 땀도 약간 납니다. 댄스곡을 틀어놓고 실내자전거를 타면 좀 더 속력을 낼 수 있어요.

눈 앞에 있는 먹고 싶은 음식을 참고, 눕고 싶은데 운동해야 하고 심지어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한다니 기가 막히고 억장이 무너질 때도 있었습니다. 암수술을 하고 항암도 했는데 또 치료가 힘든 병이 찾아올 줄 몰랐어요.

하지만 건강하게 잘 차려서 먹고, 늘어져 있을 새 없이 운동 하니 하루가 바쁘고 즐거워요. 오늘 아침에는 눈이 펄펄 내리는 중에 왕복 한 시간 거리의 하나로 마트에 채소를 사러 갔다왔어요. 하루에 만 보에서 만 오천보를 걷는데 시장 보거나 세탁소 가거나 가까이 사는 남동생(주말부부)에게 국이나 반찬을 갖다 주거나 하는 방법으로 식후마다 나갑니다.

코로나 때문이기도 했지만 할 일이 없어 심심하고 따분하고 재미 없는 일상을 살다가 이놈의 당뇨 때문에 꽁지에 불 붙은 달구새끼처럼 푸드득거리면서 살다보니 이젠 피곤을 모르는 강철 체력의 제가 되었네요.

아침을 과일 채소식으로 바꾸니 변비가 사라져 저도 곧 구름 타고 날아다니지 싶을 정도로 몸이 가볍습니다. 운동을 많이 하니 잠을 깊이 자게 되고 무엇보다 마음이 우울하지 않아요. 심신이 쾌적하다는 표현이 딱 맞는데 이렇게 좋아진 걸 느끼면 절제하는 식생활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게 됩니다.

유제품이 내 몸에 맞지 않다는 걸 알게 되어 라떼를 안 마시고 이젠 카페 가면 허브차 마셔요. 집착했던 음식을 하나씩 끊어도 견딜만 하고 그런 자신이 대견하기도 합니다. 집에서 함께 동참하는 가족이 있으면 훨씬 수월해지기도 하구요.

탄수화물과 당류가 저에게 주는 즐거움이 컸는데 이제는 피로하지 않는 몸과 상쾌한 마음이 그걸 대신 채워주고 있어요. 아직 당뇨가 관해되지 않았고 여전히 주의 단계이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하여 부족한 경험을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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