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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나희덕
바람은 마지막 잎새마저 뜯어 달아난다
그러나 세상에 남겨진 자비에 대하여
나무는 눈물 흘리며 감사한다
길가의 풀들을 더럽히며 빗줄기가 지나간다
희미한 햇살이라도 잠시 들면
거리마다 풀들이 상처를 널어 말리고 있다
낮도 저녁도 아닌 시간에,
가을도 겨울도 아닌 계절에,
모든 것은 예고에 불과한 고통일 뿐
이제 겨울이 다가오고 있지만
모든 것은 겨울을 이길 만한 눈동자들이다
‘이제 겨울이 다가오고 있지만....’ 기온이 급락한 이즈음 나희덕 시인의 시가 유난히 살갑게 느껴집니다. 그나저나 도대체 시인은 어떤 사람들이기에 이렇게 멋지게 언어를 자유자재로 재단하여 작품을 만들어내는지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힙니다. ‘바람이 잎새를 뜯어 달아난다’던지 ‘풀들이 상처를 널어 말리고 있다’든지 읽으면서 어떻게 이런 기상천외한 표현을 할 수 있는가 싶어 감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이렇듯 좋은 시를 만나는 것은 내게 꼭 필요한 물건을 선물받은 느낌과 닮아 있습니다. 더군다나 ‘11월’에 ‘11월’이라는 제목의 시를 읽으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듭니다.제가 보내드리는 사진도 여러분들에게 반가운 선물 같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사진은 주말에 결혼식 때문에 들렀던 양재 시민의 숲의 단풍 사진과 해를 바라보며 자출 하는 출근길에 만난 눈부신 풍경들을 모아 보내드립니다. 부디 오늘도 행복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