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늦가을 햇살이 눈부신데
어데서 무슨 소리가 사륵사륵 들려온다
싸락눈은 분명 아닌데
저게 웬 소리
나는 방문을 열고
찬 공기가 왈칵 이마에 들이치는
마당을 내다본다
아하, 느티나무 밭에
젖은 가랑잎이 일제히 떨어지고 있었구나
잎이 다 떨어져내린다고
새들이 안타까운 듯이 지줄대고 있다
나는 아침 한때
넋을 놓고 가을 소리를 들었다
이동순 시인의 <가을 소리>
올해 단풍이 흉작이라고 사람들이 수군거립니다. 가을이 시작되었음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은 탓에 나무들이 겨울이 아직 멀었구나 싶어 이사 차비를 늦춘 것이 그 원인이라고 합니다. 이상 기온은 인간들의 욕심 때문에 벌어진 일이니 올해 단풍이 가물다고 하여도 누구 탓을 해서는 안될입니다.
올가을이 가물고 흉작이라도 하여도 그것은 시각적인 면에서 하는 말일 테고 가을을 꼭 눈으로만 감상해야 하나요?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가을 소리도 듣고 가을 냄새도 맡고 가을秋 자 들어간 미꾸라지로 끓인 鰍魚湯 한 그릇 먹고 나면 그것이 진짜 가을을 제대로 맛보는 것이 아닐는지요. 그리하여 오전 진료가 없는 수요일 오전 아내와 함께 정동극장 바로 옆 남도 식당에 들러 추어탕 한 그릇 뚝딱 해치우고 왔습니다. 이 집의 추어탕은 맛은 물론이요 항상 똑같은 세 가지 반찬도 변하지 않아 좋습니다. 김치 겉절이와 아삭아삭 소리도 맛난 오이무침 그리고 얼갈이배추를 된장에 슥슥 손맛을 보태 버무린 나물이 나오는 추어탕과는 찰떡궁합입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반찬이라 몇 번을 리필해서 먹곤 합니다.
시인은 고상하게도 넋을 놓고 가을 소리를 들었다고 하는데 저는 어찌나 맛나던지 넋을 잃고 추어탕을 와구와구 먹고 왔습니다. 그렇게 가을을 오감으로 느끼고 왔습니다. 가을의 소리와 가을의 맛을 사진에 실어 보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아쉬운 마음에 양희은의 가을 아침이라는 노래 함께 보냅니다. 즐감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