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선유도의 가을 - 김대규의 가을 노래

미카엘2015ㅣ설본
2023.10.31 15:35 | 조회 108

출근시간에 선유도공원에 들리면 청소하는 분들 외에는 사람이 없어 산책하면서 사진 찍고 홀로 사색하기 좋습니다. 그런데 가을이라서 그런가요 생각이 다른 계절보다 더 깊어지는 느낌이 듭니다. 문득 "주여!라고 하지 않아도 가을엔 생각이 깊어진다‘라는 시구가 떠오릅니다. 가을이 깊어지면 읽게 되는 김대규 시인의 가을 노래라는 시입니다. 선유도의 가을을 느끼시면서 낭랑하게 소리 내어 읽어보세요. 가슴속 깊은 곳으로부터 가을이 차오르실 겁니다.

가을 노래

김대규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면 가을이다

떠나지는 않아도

황혼마다 돌아오면 가을이다

사람이 보고 싶어지면 가을이다

편지를 부치러 나갔다가

집에 돌아와 보니

주머니에 그대로 있으면 가을이다

가을에는 마음이 거울처럼 맑아지고

그 맑은 마음결에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떠보낸다

"주여!"라고 하지 않아도

가을엔 생각이 깊어진다

한 마리의 벌레울음소리에

세상의 모든 귀가 열리고

잊혀진 일들은

한 잎 낙엽에 더 깊이 잊혀진다

누구나 지혜의 걸인이 되어

경험의 문을 두드리면

외로움이 얼굴을 내밀고

삶은 그렇게 아픈거라 말한다

그래서 가을이다

산자의 눈에 이윽고 들어서는 죽음

사자(死者)들의 말은 모두 시가 되고

멀리있는 것들도 시간 속에

다시 제자리를 잡는다

가을이다

가을은 가을이란 말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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