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서촌 산책-김용호 시인의 <마음이 예뻐지는 가을>

미카엘2015ㅣ설본
2023.10.16 17:08 | 조회 138

얼굴에 달라붙는 햇살이 따뜻해서 좋습니다.

가을 하늘에 뜬 흰 구름을 바라만 봐도 좋습니다.

옷깃을 스치는 가을바람도 싫지 않아 좋습니다.

설명으로 참 곤란한 크나큰 시련들 때문에

매실매실한 내 심장이,

이렇게 내 마음을 예뻐지게 해서,

내 마음은 아름다운 붉은 단풍의 색깔이 됩니다.

이렇게 마음이 예뻐지는 가을날,

서러운 마음들이 잊혀 져서 좋습니다.

꾸겨진 마음이 활짝 펴서 좋습니다.

볼때기에 가을 냄새가 스쳐 가을이 정겨워 좋습니다.

김용호 시인의 <마음이 예뻐지는 가을>

토요일에 서촌 라 갤러리에 가서 박노해의 사진전 ‘올리브 나무 아래’를 보려고 광화문역에 내렸는데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습니다. 원래 계획은 서촌에서 회덮밥을 먹으려 했는데 아무래도 회보다는 뜨근한 국물이 당겨 재동 사거리에 있는 간판 없는 국밥집으로 향했습니다. 예상대로 긴 줄이 늘어서 있었지만 대기표를 뽑은 후 저는 근처 정독도서관으로 사진 찍으러 다녀왔습니다.

비가 오면 빛이 약해 사진이 흐려지지만 색은 더 진해져 운치를 더해줍니다. 세상 이치가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이 분명 있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누군가 내게 사자성어 중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글귀를 말해달라고 한다면 저는 주저 없이 새옹지마를 꼽을 것입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잃었을 때 잃은 것에만 집중하지 말고 반대급부로 얻은 것이 무엇인지 헤아려본다면 세상은 분명 더 살만해질 거라 믿습니다.

흔히 ~때기는 배때기 귀때기처럼 비하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라고 하는데 볼때기에 가을 냄새가 스친다는 표현은 기분 나쁘게 들리지 않고 오히려 정겹게 들립니다. 하루하루 가을의 미모가 눈에 띄게 이뻐지고 있으니 주말 평일 가리지 말고 부지런히 밖으로 쏘다니자고 아내와 다짐하며 비 오는 날 산책을 마무리하였습니다. 비오는 날 서촌 풍경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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