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아들이 동경으로 일 년간 파견 근무를 하게 되어 추석에 다녀왔습니다. 원래 호텔을 예약했는데 공교롭게도 며느리가 입덧이 심해 친정에 와 있게 되어 막내딸과 저희 부부는 아들집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아들이 현지 언어에 능숙하고 여동생과 엄마를 잘 챙겨주니 어찌나 편하던지 그래서 이번 여행이 저에게는 여러 가지로 특별하였습니다. 아내와 단둘이 여행할 때는 다니는 내내 구글 지도에서 눈을 떼지 못하였는데 이번에는 아들이 알아서 척척 안내해 주고 챙겨주니 저는 여유롭게 사진을 찍으며 다닐 수 있었습니다.
아비는 ‘다정도 병인 양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의 수준까지 갔더랬지만 두 아들들은 지나치지 않고 다정다감한 성격에 머물러 내심 흡족하였는데 그래서인지 아들은 관광지를 관람한 후 혹은 맛집에 드른 후에는 꼭 ‘아빠 어땠어요?’ 제게 물어봅니다. 응 너무 좋았어! 진짜 맛있었어! 실제로도 그랬지만 행여 아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매번 맞장구를 쳐주면서 속으로 네가 나중에 아비 나이가 되면 그렇게 매번 묻지 않아도 내 마음을 알 텐데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제가 외우고 있는 몇 안 되는 시로 아비의 속마음을 보여준다면 이렇습니다.
아름답고 고은 것 보면
그대 생각납니다.
이것이 사랑이라면
내 사랑은 당신입니다.
혼자 맛난 거 먹고 좋은 거 보면 꼭 생각나는 사람이 있는데 지금 내 곁에 바로 그 사람들이 함께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합니다. 이에 더하여 루미의 시를 보태면 식구들과 함께 보낸 여행 내내 어떤 기분이었는지 설명이 될 겁니다.
꽃과 술과 촛불이 있는
과수원으로 오세요
당신이 안 오시면
이 모든 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하지만 당신이 와주기만 한다면
이 모든 것들이 또한
무슨 의미가 있겠는지요
사랑하는 가족과의 여행이 그렇습니다. 맛집에 가서 맛난 음식 먹으며 맛있다 공감하는 즐거움이 아무리 커도, 아름답고 놀라운 풍경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뜨며 감탄을 하더라도 결국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여행의 기쁨을 좌우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들아! 매번 ‘어떠세요?’ 묻는 다정한 너의 마음을 내가 왜 모르겠냐만 내가 다닌 명승지와 맛본 음식들이 대단하고 놀라워도 그것은 너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에 비하면 반의반에 반쯤 될까? 하여 설령 음식이 맛이 없고 경치가 보잘것없더라도 너와 함께 하는 시간들로 인하여 이미 여행의 기쁨은 만땅으로 가득 채워져 있단다. 그러니 아들아! ‘어떠세요?’라는 너의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언제나 ‘함께 해줘서 고맙고 기쁘다’ 란다.
아들덕분에 한 걸음 뒤에 걸으면서 여유롭게 찍은 도쿄 시내 사진과 신주쿠 교엔공원에서 찍은 사진 동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