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남산 산책-알토를 닮은 계절

미카엘2015ㅣ설본
2023.09.07 17:29 | 조회 168

합창을 시작하고 나서 알토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었다. 알토는 소프라노나 테너처럼 화려하지 않고, 존재감이 약하다. 하지만 알토는 여러 음역들을 이어주고 그 사이사이를 부드럽게 해준다. 알토는 남을 받쳐준다. 나는 알토를 사랑한다. (김훈의 산문집 연필로 쓰기 중에서)

아내와 남산에 다녀왔습니다. 오랜만에 후암동에 단골로 다니는 장어덮밥집에서 점심을 맛있게 먹은 후 내친김에 남산 북쪽 산책길을 걸어 장충단 공원으로 내려왔습니다. 아직 낮에는 여름이 점령군처럼 행세를 하고 있어 그늘 없는 곳에서는 걷는 것이 고욕이었지만 산책길 나무 그늘로 들어서자 가을이 버선발로 뛰어나와 우리를 맞아줍니다.

아직은 푸릇푸릇한 나뭇잎들을 보며 쟤네들이 형형색색 색동옷으로 갈아입으면 얼마나 눈부실까 상상하며 걷다 보니 어쩌면 지금 이 계절이 마치 ‘알토’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풍이 들지 않아 화려하지 않고 존재감도 약하지만 여름과 가을을 부드럽게 이어주니 말입니다. 그래서 알토를 사랑하듯 나는 이 계절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음에 문득 눈물겨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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