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렸을 적 입이 매우 짧은 아이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엄마는 국물 자작하게 볶은 불고기에 밥을 비벼 놀이터에 들고 오셨다고 합니다.
놀이터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는 저를 따라다니며 '밥 한 숟가락'을 더 먹이기 위함이었죠.
엄마에게 찾아온 암이라는 녀석은
제가 엄마의 수고로움을 깨닫도록 꾸짖는 엄한 선생님 같습니다.
어제 오후부터 시작된 오심과 구토는 오늘도 어김없이,
아니, 어제보다 조금 더 교묘하게 엄마를 괴롭히고 있었습니다.
어제 동행카페에서 오심에 생강차가 도움을 준다는 글을 보고
집에서 직접 만들어두었던 생강차도 끓이고
이모가 보내주신 오디를 탄산수와 섞어 시원한 오디 에이드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 엄마의 메스꺼움을 건드리는 결과가 되어버려 고스란히
집으로 돌아오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누가 시켜서 한 것도 아닌데 괜스레 화가 나려는 저 자신을 발견하게 되자,
밥그릇을 들고 놀이터까지 따라나오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던 엄마가 떠올라
아... 이래서 자녀의 사랑은 아무리 커도 결국엔 작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입에 오물오물 음식이 들어가기만 한다면,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제가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엄마의 속을 달래준 건, 새콤달콤한 자두.
그것마저도 오늘 하루 드신 양은 3~4알 정도이지만..
물 마저 쓰게 느껴지는 지금 엄마의 상태에서는 최선을 다한 식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어떤 것이 엄마의 입맛을 돌게 할 수 있을지...
속을 뒤집어내는 오심을 잠시라도 잊을 수 있게 도와줄지 조금 더 연구를 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낮, 잠드신 엄마의 얼굴을 바라보는데 흰 속눈썹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아직 여기는 네가 있을 곳이 아니다 하는 눈빛을 쏘며 그 녀석을 바라보는데...
이 작은 몸이 얼마나 치열한 싸움을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에 안타까움이 커져만 갔습니다.
"나는 너도 낳았어. 이 세상에서 내가 못할 일은 없어"라고 말씀하신 엄마는
오늘도 병실을 나서는 제게 저녁을 꼭 챙겨 먹으라는 당부의 말씀을 잊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내일 만나"라는 인사와 함께 양손의 엄지 손가락 두개를 척 들어 올리셨습니다.
오늘 밤에는 오심을 어떻게 다스릴 수 있는지 더 공부해보려고 합니다.
이밤, 동행 가족에게 휴식과 새 힘이 찾아갈 수 있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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