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오늘도 배웁니다

도피오
2015.07.29 21:54 | 조회 1.1k

자궁경부암 3기 B판정을 받으신 엄마의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가 드디어 시작되었습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외래진료의 뜻도 모르던, 병원 무식쟁이였던 제가

이제는 제법 익숙하게 병원을 드나들고

원무과에 계신 직원분들과도 친근하게 인사를 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1주일에 한 번씩 여섯 번의 항암을 받을 예정이었고 그 중에 한 번이 바로 어제 있었습니다.


씨스푸란을 1시간 정도 맞으셨는데, 주사액이 들어가는 동안 편안하게 누워계시는 엄마를 보며

완치라는 희망을 그리고 혹시 모를 부작용에 대한 염려를 하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오후 12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항암치료가 끝났고,

어제의 엄마는 그 어느 때 보다 많이 웃고 식사량도 많으셔서 모두가 다행이라며 기뻐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오후가 되면서 오심이 시작되었고 급기야 저녁식사 시간에는

입에 음식물이 들어가는 순간 구토가 시작되었습니다.


호기롭게 암치료를 시작했던 저희 모녀를 보며 암세포가 "어쭈, 요것들 봐라, 이래도 버텨볼래?"하는

도전장을 내미는 것 같았습니다.


구토억제제를 요청하고 잠시 엄마의 손을 잡고 병원 건물 밖으로 나와 산책을 했습니다.


다른 어떤 이야기도 하지 않고 그저 서로의 손을 통해 느껴지는 온기에 감사하며,

아침부터 내린 비 내음을 전해주는 코끝의 생기를 느끼며... 그렇게 천천히 발걸음만 떼었습니다.


한 음식점 앞에 멈춰선 엄마는 우동을 드시고 싶다고 했고,

언제 구토를 했느냐는 듯 따뜻한 우동 한 그릇을 다 비워내셨습니다.


처음 나타난 부작용에 저는 병실을 지키겠다고 했지만,

엄마는 집에 가서 잠을 자고 내일 아침에 다시 오라고 하셨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병원에서 함께 있겠다고 고집을 피웠겠지만, 오늘은 두 말 하지 않고

밝게 인사하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잠깐의 산책이 엄마는 물론이고 저에게도 작은 변화를 가져다 준 것이죠...


진짜 배려는 엄마가 원하는 것을 해 드리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지금 저는 집에 돌아와 집안 정리를 하고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사실, 병실에 계신 엄마의 상태가 매우 궁금하고 걱정도 되지만, 제가 보호자 침대에서 자고 있다면

엄마는 수시로 깨어 저의 상태를 살피느라 쉬지 못하시겠죠..


제 마음이 편하기 위해 엄마를 어렵게 하지는 않으리라 다짐하게 되는 오늘 하루였습니다.


앞으로 치료가 남아있고, 이것을 결코 만만하게 여기지 말자는 교훈도 얻었습니다.


내일은 엄마가 좋아하실만한 과일도 좀 사고 집에서 만든 생강차도 가져가볼까 합니다.


오늘보다 조금은 더 환한 얼굴의 엄마를 볼 수 있기를 기도하며 내일을 준비하려 합니다.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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