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20년전 어머님의 직장암 극복, 그리고 지난 달 아버님의 직장암 진단 (feat. 천생연분^^)

누기l직보
2023.07.23 01:35 | 조회 2.4k

글이 좀 깁니다.

안녕하세요! 동행여러분.

어디에 글을 올릴까 고민하다가 ‘용기와 믿음/긍정의 힘’으로 정하고 글을 써봅니다.

먼저 본인 또는 가족의 병으로 인해 심신으로 힘들어하시는 여러분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저는 서울에서 회사를 다니는 40대 후반의 평범한 회사원입니다. 아버님은 82세, 어머님은 76세로 연세가 좀 있으십니다.

부모님은 강원도 문막에서 거주를 하고 계셔서, 바쁜 일이 없으면 매주 금요일 퇴근 후에 부모님댁에 내려가서 주말을 보내고 올라옵니다. (부모님은 이제 그만 내려오고 니 생활을 해라라고 말씀하시지만, 어찌 아들된 도리로서 그럴 수 있겠습니까ㅎㅎ)

지난 달 초, 평소처럼 토요일에 부모님을 모시고 외식을 하는데 아버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보건소에서 변검사를 했는데, 무슨 피가 나왔단다. 장내시경을 해보라네.”

사실 몇 달 전부터 아버님이 심하지 않은 변실금 현상이 있으셔서 병원에 모시고 가봐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기회에 변실금 상담도 같이 받아봐야겠다고 가볍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우선 서울성모병원에 변실금 치료 상담을 받기 위해 예약을 했습니다. 제 사무실과 가까웠고, 또 20여년 전, 저희 어머님이 수술을 하셨던 병원이기도 해서요. (참고로 저희 가족은 가톨릭 신자라서 그 영향도 있었습니다^^)

6월 초, 바로 진료예약을 하고 대장항문외과 이도상 교수님께 변실금 상담을 받았습니다. 상담실 뒤 침대에서 아버님 항문부위를 보시던 교수님이 저를 부르시더니 조용히 말씀하셨습니다.

“아버님 모시고 최대한 빨리 대장내시경 해보세요. 그 후 다시 얘기합시다.”

저는 좀 당황했습니다. 교수님 말씀으로는 항문 들어가서 바로 근처에 좀 큰 덩어리가 만져지는데, 암일수도있고 아닐수도 있다 지금 변실금이 문제가 아니다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부랴부랴 장내시경을 진행했고, 그 덩어리는 4cm의 암으로 판명이 되었습니다.

그 후 한달동안 이것저것 검사를 진행했고, 최종적으로 27일 수술하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항암치료는 먼저 진행하지 않고, 우선 수술 먼저 진행하고 이후 다시 상담하는 것으로 교수님과 얘기했습니다. 항문은 살리지 못하고 변실금 원인이 괄약근 근육이 거의 제 구실을 못하는 상황이라서 이래저래 장루를 하기로 결정했구요.

다행스럽게도 아버님이 워낙 평소에 건강하시고 체력이 좋으셔서 수술을 잘 견디실 거 같다는 의사쌤들의 판단과 아버님의 치료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셔서 별 고민없이 수술 결정을 한 거 같습니다. 그리고 든든한 조언자가 옆에 계시거든요ㅎㅎ 바로 저희 어머님이십니다.

저희 어머님은 2006년에 전에 직장암 수술을 하셨습니다. 그때 어머님 연세가 59세로 기억합니다. 좀 심각한 3기셨고, 의사마다 3년 길어야 5년 등등 좋은 얘기가 없었습니다.

그 때를 기억해보면, 우리 가족은 암이라는 질병에 대해 전혀 지식도 없었고 준비도 되어있지 않았습니다. 지금처럼 카페나 인터넷에 정보가 많지 않을 때여서 아버님과 형님 그리고 저는 주변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여기저기 찾아다니면서 조언 얻고 위로 받고 했었죠. 수술 끝나고 항암주사와 방사선치료까지 총 6차까지 진행하셨습니다.

그때 어머님 수술과 치료를 서울성모병원에서 하셨습니다. 그 당시 외과에서 명의 중 한 분이신 김세경 박사님이 정말 잘 케어를 해주셨구요.

어머님 수술 후 항암이 끝나고 나서는, 특별하게 관리는 안하셨습니다. 건강식이나 암환자 식단 하나도 안하시고 그냥 드시고 싶은거 다 드셨어요. 특히 치킨과 햄버거를 너무 좋아하셔서 그냥 막 다 드셨습니다ㅎㅎ 아, 수술 후 저희 형님이 두 분 모시고 경기도 여주지역 시골로 가서 전원생활을 2년간 했는데, 그게 건강 회복에 도움이 되었을 수도 있겠네요.

지금 어머님은 아주 건강하십니다. 특히 저희 어머님은 수술 후 장루 주머니를 6개월 정도만 차시고, 그 후에는 장세척으로 트레이닝을 하셔서 장루 주머니 없이 테이프만 붙이시고 일반인과 똑같이 생활하십니다. 장루하시는 분들 꼭꼭 장세척해보셔요. 강추입니다. (효과는 개인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나중에 기회가 되면 장세척에 대해 글을 써보겠습니다.)

글 제목에 천생연분이라고 한 것은, 아버지 어머님 모두 같은 직장암이시고, 같이 장루를 하시고, 27일에 수술을 집도하시는 이도상 교수님은 예전에 저희 어머님 수술 당시 김세경 박사님 옆에서 저희 어머님 수술을 보조하신 레지던트 셨습니다.

요즘 제 주변에 암환자가 참 많습니다. 환자 본인과 가족들을 보며 제 개인적으로 암환자의 치료는 아래와 같은 영향을 받는 거 같습니다.

첫째, 환자 본인의 의지(긍정적인 마음)

둘째, 가족들의 역할(사랑)

셋째, 궁합(?)이 잘 맞는 의료진

저희 어머님께서 예전 수술전에 그러셨습니다.

“항암치료 방사선해서 머리 빠지는거, 구토하는거, 장루해서 삶의 질이 떨어지는거,

나는 살수만 있다면 다 상관없다.”

이러한 강한 의지가 지금의 저희 어머님의 건강을 찾아준거 같습니다.

이제 아버님 직장암으로 다시 쉽지 않은 싸움이 시작되네요. 특히 아버님은 연세가 있으신 편이라서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예전 어머님 수술때는 저희 형님이 큰 역할을 해서, 이번에는 제가 아버님 곁에서 있기로 했습니다. 보호자가 1명밖에 안되는걸 오늘 알았어요ㅎㅎ 다행히 제가 회사에서 자리를 비워도 되는 위치(?)라서 열흘동안 강제로 병원에서 근무네요. 혹시 서울성모병원에서 슬기로운 보호자생활을 해보신분 있으시면 조언부탁드립니다(5인실일꺼 같은데, 노트북으로 업무는 어디서 보는게 좋을지 등등)

오늘 수술 전 마지막으로 부모님댁에 내려가서 외식하면서 아버님과 약속했습니다. 내년 초에 저랑 꼭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자고.

이 약속이 지켜질 수도 아니면 안될 수도 있다는 것을 저와 아버님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믿음(가족간의 믿음, 의료진의 믿음, 환자 자신의 믿음 그리고 신에 대한 믿음)으로써 그 희망을 가져봅니다.

모두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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