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이별을 준비하기 힘듭니다..

사랑해 미안해
2022.09.12 22:53 | 조회 3.5k

모든 암 환우분들과 가족분들께서 처음에 한 번은 똑같이 겪었을 상황이겠지요..

너무도 황망한 마음에.. 좀 적어보려 합니다.

제 동생은 원래 태어나면서 왔던 산소 부족때문에 뇌병변 장애를 가지고 있는 장애인입니다.

인지 능력이나 지능이 정상 성인의 7~80% 정도는 되는 지라

일반 학교를 모두 졸업하고, 4년제 대학교도 무사히 졸업했지요.

걸음을 오래 걷지 못하고 약간 뒤뚱거리면서 걸어야 하지만, 혼자 걸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살았습니다.

졸업 후엔 친구들이 모두 취업, 결혼, 출산.. 등등으로 점점 더 멀어져가고

소통 능력이 부족해 늘 보살핌을 받아야 했던 제 동생은 친구들이나 선후배들과 연락이 뜸해지게 되었죠.

늘 또래 친구들과의 만남, 이성 친구와의 교제.. 등에 목말라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런 관계만큼은 누군가가 도와줄 수 없는 부분이라.. 안타깝지만 혼자서라도 취미생활 같은 걸 하면서 즐겁게 살길 바랐어요.

게임이나 악기, 그림, 운동.. 등등 이것저것 시도해봤지만 본인이 정말 좋아서 시간가는 줄 모르게 하게되는 건 없었습니다.

제 동생은.. 가장 애매한 장애-비장애인의 중간쯤에 있는 상태라 어떤 집단에 속하기가 정말 애매하거든요.

같은 연배의 일반 성인들과 소통하기에는 부족하고, 중증 장애가 있는 이들보다는 월등히 나은 상태..

그런 와중에 코로나가 터지고..

유일하게 다른 이들과 소통하던 성당 모임도 더이상 열리지 않았습니다.

온라인 모임으로 진행되거나 오프라인 만남이 거의 단절되고 거의 3년이 흐르면서

제 동생의 답답함과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던 것 같아요.

두어달 전부터 갑자기 소화가 잘 안된다며 식사를 적게 하기 시작했어요.

다리가 불편한 것 외에는 정말 감기약 한번 안찾을 정도로 건강하게 살던 터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죠.

그런데 계속 식사를 못하고, 어찌어찌 하는 와중에서도 살이 급속도로 빠지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러면서 본인은 아파서 밤잠을 설치는 상황..

위염이 많이 심한가보다 하고.. 내과를 옮겨 다니면서 계속 약을 바꿔서 먹었습니다.

차도가 너무 없어서.. 정신과나 상담센터를 가봐야 하나 생각했어요. 너무 스트레스가 극심한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에.

마지막으로 한 번 가보자 싶어, 예전 살던 동네의 내과에 갔죠.

가족 모두가 다니던 내과고 의사분과 그래도 친분이 좀 있어 상세하게 물어보기라도 하려고..

두달간의 상황과 증세를 들으시더니, 복부초음파를 바로 하자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발견된 췌장의 무언가..

혹 같은게 있다고 바로 검사를 하자며 건대 병원으로 트랜스퍼 시켜주셨습니다.

다음날 바로 씨티를 찍을 수 있었죠. 이것도 기적이라고 하대요..

저는 출근해서 일을 하고 있었어요. 검사결과가 낭종, 물혹일거라 99% 확신하고.. 거기에 좋은 음식 같은걸 검색해봤죠.

점심시간쯤.. 집에서 전화가 왔어요. 당장 집으로 올 수 있냐면서.

안좋은 상황을 직감하고 바로 집으로 왔고, 엄마가 대문 밖에서 절 기다리고 있었어요..

동생이 췌장암 말기고 위까지 많이 전이되었다고.. 길어야 3개월이라고.

대문 밖 복도에서.. 둘이 붙잡고 한참을 통곡했습니다.

말도 안된다고.. 36살밖에 안된애가.. 그렇게 건강하던 애가.

잘못된 거 아닌지.. 다른 사람 결과를 본건 아닌지.. 되뇌어 봤습니다.

그 날 바로 입원했고,

이틀 뒤 내시경 조직검사, 그후 핵검사 까지 빠르게 진행됐습니다.

결과는 더욱 참담했어요. 온몸 구석구석 뼈까지 전이되었다고..

우선 2주 뒤.. 진료 예약이 잡혔습니다.

항암+수술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항암은 원래 본인이 살고자 하는 의지가 크고 체력도 받쳐줘야 한다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너무 고통스러운 과정이라고..

그걸 진행시키기에.. 연장이 몇달이 될지도 확실치 않고

병원에서 고통받으면서 마지막을 맞게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어떤 게 나은 선택인지..

해맑은 제 동생은 지금 본인이 위암 초기 정도고

간단한 수술을 받으면 아픈게 나을 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선 위 종양이 위쪽을 막고 있어 음식을 못먹고 있는건데, 그걸 스탠트로 좀 뚫고 음식 섭취는 가능하도록 해주고자 해요.

먹고싶은거라도 마음껏 먹을 수 있도록요.

빨리 수술해서 낫고 싶다고 하는 동생에게 그러자며 애써 웃어보이고 있지만

매순간 가슴이 찢어집니다..

왜.. 이렇게 착하고 예쁜 사람들에게 이런 고통이..

하고싶은 것도 아직 마음껏 해보지 못한 아이인데..

시간이 많을 줄 알았어요.

쉽지 않지만 함께 해외 여행도 가고.. 친구도 많들어 주고..

좋은 것 보고 좋은 음식 먹고.. 좀더 신나게 살도록 만들어 줄 수 있는 시간이..

그동안 그게 뭐라고 좀더 노력하고 해주지 못했을까요.

남은 시간이 얼마일지 모르지만

최선을 다해 잘해주고 조금이나마 더 행복한 기억 안고 가게 해주고 싶습니다.

지금 이렇게 멀쩡히 글을 쓰고 있는것도..

마치 남의 이야기를 쓰고있는 것 같네요.. 현실감이 없어요.

오늘도 같이 산책하고 밖에서 맛있는 것도 먹고.. 차도 마시고..

지금 골아떨어져 있는 동생을 보면서..

그냥 이대로 계속 있을 것만 같은데.... 받아들여지지가 않네요.

미안해..

그리고 너무 너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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