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유쾌하고 낭만넘치는 우리 아빠
아빠, 그 곳에서는 이제 아프지 않고 편안하지?
비가 오던 어느 날, 병원 외래에서 마약성 진통제 타러 함께 가는데 우산을 아빠 쪽으로 기울여줬더니 내 어깨가 젖는다며 오히려 날 걱정해주던 우리 아빠
영국에 살고있는 내가 영상통화를 걸면 늘 웃어주시던 아빠였는데
이번에 한국 들어가서 아빠랑 함께 4주를 지내면서 아빠의 웃음이 완전히 사라져버렸다는걸 왜 그렇게 늦게 알아차렸을까? 나 정말 못난 딸이다
아빠랑 응급실 통해 암병동 다시 입원했을 때
아빠가 아픈 와중에 오히려 내 끼니를 챙겨줬잖아
그런데 어느 순간 마약성 진통제 맞으면서 끼니가 됐는데도 나를 챙겨주지 못하고 잠만 자는 아빠 모습을 보면서 아빠가 내 코앞에서 자고 있는데도 아빠가 너무 보고싶어서 커튼 치고 맨날 펑펑 울었어..
그리고 마지막 가는 길 아빠 아프게 해서 미안해..
그럼에도 정신 잃지 않으시고 여자친구, 누이, 남동생 다 보고 가시겠다고 마약성 진통제도 안맞겠다고 의지 표현도 하시고 아빠는 정말 강인한 사람이야
다음 생에는 내가 아빠하고 아빠가 내 딸 하자
내가 아빠한테 받은 사랑을 몇배로 더 퍼줄게
친척들 친구들 말씀 들어보니까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서 고생도 많이 하셨다 그러고 성격이 부지런 하셔서 사업도 성공해보고 망해도 보고 힘든 시기도 있었다는데
성인이 된 나에게는 그런 힘든 일이 있었음에도 내색도 안하고 혼자서 꾹꾹 참느라고 얼마나 힘들었겠어...
힘들면 힘들다 아프면 아프다 딸인 나에게 의지를 좀 하고 그래주지... 금전적으로 크게 도와드리지는 못해도 한번 연락할거 두번 세번 더 연락했을거 아니야...
여자친구분이랑 췌장암 수술 뒤 항암 하는 와중에도 자동차로 전국일주 하면서 차박이하고 캠핑하고 아빠 참 멋지고 로맨스 넘치는 분이셨다고 하더라. 젊은 우리도 이렇게 하기 힘들다고 여자친구분 덕분에 아빠 덕분에 서로 그 시간 동안 원없이 행복하고 즐거우셨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아. 즐겁게 살다 갔으니 65세 젊은 나이임에도 본인은 호상이라고..
그래도 조금만 더 기다려주지 그랬어. 코로나 끝나면 아빠랑 여자친구분 영국 티켓 끊어주고 내가 자리 잡은 곳도 보여주고 남편이랑 같이 유럽 가족 여행도 하는건데...
이렇게 나는 효도라고 할 것도 아직 못해드렸는데
우리 아빠는 뭐가 그리도 급했을까..
4주 동안 아빠랑 함께 지낼 수 있어서 정말 고마웠고 1주일 동안 아빠를 병원에서 24시간 보호자 간병할 수 있어서 나 많이 행복했고 아버지의 마지막 순간을 제일 가까이 지켜드릴 수 있어서 큰 영광이었어요
그리고 아빠가 나랑 동생, 그 곳에서 잘 돌봐줄거니까
남은 우리들 걱정은 하지 말고 서로에게 미안해 하지 말고 고마워만 하자. 먼저 가서 자리 잡고 있어
언젠가 아빠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릴게
지금도 너무 보고싶어.. 사랑해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