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아빠랑 사이가 많이 안 좋았어요.
아빠가 저한테는 특별히 나쁘게 하신 것은 없었는데, (그렇다고 특별히 잘해 준 것도 없고)
엄마를 너무너무 힘들게 하셨거든요.
가장 큰 문제는 술. 술 마시고 들어오면 어김없이 시비걸어서 싸움.
그리고 바람. 또한 가족들을 경제적으로 책임지지도 않으셨어요.
어쩔 땐 싸우지도 않는데
귓가에 아빠가 욕하고 소리지는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서
자다가 일어난 적도 많았어요.
오죽했으면 8살된 남동생이
엄마랑 누나하고만 살면 안되냐고
도망가자는 소리를 했을까요....
저도 사춘기 시절엔 아빠랑 눈도 마주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다행히도 남동생이 자라서 힘이 생기니까
아빠가 엄마한테 더 이상 폭력은 쓸 수가 없었죠..
그러다가 전 대학진학과 그 이후엔 취업을 무기 삼아서 집에서 독립했습니다.
확실히 떨어져살면서 가끔씩 보니까 사이가 좋아지더군요.
아빠도 나이가 드니 예전같지는 않으시고...
저도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아 키워보니까,
아빠를 너무 미워만 한 것은 아닌가 하고 반성한 날도 있었어요.
참... 사람이 안하던 짓 하면 죽는다더니
요즘은 아빠가 청소도 하고 밥도 한다며
엄마의 삶도 조금은 편해지려고 하는 순간, 아빠에게 장기 흑생종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병이 찾아 왔네요.
진단받고 일주일만에 빠르게 다른 부위로 전이.
가장 오래 산 사람이 2년 이라더니,
딱 1년 반을 채우시고 이제 임종을 기다리고 있어요.
어릴 땐 그냥 아빠가 집에 안들어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날들이 수도 없이 많았어요.
휴가때 집에 갔다가 다신 오지 않을거라고 소리지른 적도 있었고
그렇게 미웠는데 왜 이렇게 눈물만 나오는지 모르겠네요.
예전에 난 아빠가 돌아가셔도 눈물이 안 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하염없이 흐르는 이 눈물이 뭔지 모르겠어요.
그냥 슬프고 마음이 아픈 게 아니라,
복합적인 뭔가가 똘똘 뭉쳐서 풀리지 않는 느낌입니다.
남들은 가족이 아프고, 죽으면
슬프고 애틋하기만하고
서로 부여안고 울고 사랑한다고 말하던데
전 그러지도 못하고 담담히 있다가 혼자 있으면 울어요.
누구한테 말할 수도 없었서 답답했는데
글로라도 적고나니 속이 시원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