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대장암4기 (S결장) 항암치료 10개월만에 정상인 수치 왔어요!

미니호랭이l대보
2022.01.17 16:11 | 조회 1.8k

안녕하세요!

처음 항암치료 시작할 때 왔다가 이제서야 두번째 글을 남깁니다.

지난해 딱 이맘 때였나봐요. 설날 직전에 청천벽력같은 일을 겪고.. 어느새 새해의 설날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동안 너무 그냥 일상 같았거든요. 그러다가도 문득문득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인가 매번 얼떨떨합니다.

궁금해하실 거 같아서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희 남편(만45세)이 3월에 항암치료를 시작해 8월 말에 수술을 받았고, 이후 다시 시작한 4번의 항암치료 후 재평가하는 자리에서 CT를 보면 육안으로도 깨끗하고, 암수치도 정상인에 가깝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 날로 14차 항암치료를 받았는데, 30분만에 약만 달고 나와서 둘이 어안이 벙벙했어요. 대낮에 병원을 나서다니..? 하하 얼떨떨하게 자축을 하며 맛있는 저녁을 먹었습니다. 항암치료하면서 처음으로 다음 약속이 4주후로 잡힌거예요!

사실 경과가 계속 좋았어서 내심 기대는 했지만 아직도 그냥 얼떨떨해요. 간, 림프 전이 4기 암환자가 10개월만에 이게 되다니.. 주변에서도 다 기적이래요. 후.. 이 글을 보고 계신 모든 분들도 희망을 가지시고 잘 견뎌내시길 바라는 마음에 부지런히 글을 남겨봅니다.

항암치료.. 처음부터 세게 맞았죠. 당시는 용변을 보기가 무서울 정도로 종양으로 대장이 많이 막힌 상태였고 정말 장폐색까지 가면 항암치료고 뭐고 응급수술이 먼저가 될 수도 있다는 상황이었습니다. 저희는 엘록사틴+5fu를 2주 간격으로 맞다가 3회째부터 표적항암제 얼비툭스까지 추가해 맞았습니다. 이전까진 힘이 빠지고 손발이 저리고 해도 이정도면 할만 하다 했는데 얼비툭스까지 맞으니 이건 정말 힘들어 하더라고요.. 온몸에 빨갛게 올라오는 화농성 여드름이 가렵기도, 아프기도 하고 나중엔 손도 못댈 정도로 제일 힘들어 했던거 같아요. 그래도 증상들이 다 예측 가능한 부작용들이라 선생님께서 세심하게 살펴보시고 (물론 증상을 듣고 처방을 해주시는 거지만, 사실 문 열고 들어올 때 얼굴만봐도 아신데요ㅎㅎ) 컨트롤할 수 있는 약들을 매번 적절하게 처방해주셨어요. 정말 사람마다, 케이스마다 다르니 뭐라 하긴 어렵지만.. 분명한 건 제가 막연하게 알던 것보다 훨씬 현대 의학기술이 많이 발전했더라구요. 실제로 이 정도로 조절이 되고, 생활이 된다는 것에 놀랐어요.

항암치료를 시작하고 4회만에 찍은 첫CT결과에서부터 긍정적이었습니다 (폐에도 희끗희끗하게 산발적이던 암추정 흔적들이 싹 없어졌던 상태). 약 반응이 좋다, 이대로 계속 가시죠가 다였지만 차분하신 선생님 태도에도 안심을 했던 거 같아요. 몸은 부작용 누적으로 조금씩 더 힘들어졌지만 그때마다 용량을 조절하거나 표적항암제를 쉬고, 주수를 늘려주는 등의 조정으로 '이렇게는 못살겠다' 하다가도 그새 '살만 하다'란 소리가 나오더라구요. 사람이란. :)

회차가 거듭될수록 항암주에는 죽어가다 회복할만 하면 또 병원을 가야하는 패턴도 곧 익숙해져, 생활은 오히려 점차 안정되었던 거 같습니다. (신기하게도 실제로 남편 배변이 점점 수월해졌어요) 그냥 저희는 때 되면 가서 주사맞고 2-3주에 한번 둘이 나들이 가는 기분으로 병원을 다녔던 거 같아요. 피검사 해놓고 2시간동안엔 일부러 외식하는 기분내고, 옆 캠퍼스에서 해받으며 낮잠도 자고요 ㅎ 나중엔 요령도 생겨서 온갖 아이템들을 챙겨 다녔어요. 사실 이제 막 시작해서 끝을 모르고 달리는 거였지만 그저 이대로도 감사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뜨거운 여름이 되니 어느새 8차가 되었고, 2번째 ct평가를 듣는 날이 되었어요. 암수치가 현저히 떨어졌고(잘 기억이 안나요 50>25>6인가로), 대장과 간의 종양 사이즈도 많이 줄어서 조금 이른 감이 있긴 하지만 수술을 한번 논의할 때가 온 것 같다고 말씀하시는데 이게 체감이 안되는 거예요. 평소에도 말씀이 많지 않으셨지만 이걸 이렇게 차분하게 말씀하시니 놀라도 놀란 표정도 못짓고 또 얼떨떨하게 진료실을 나왔어요. 오잉또잉하고 있는데 바로 타과 선생님들과 함께 본다는 수술협진 미팅을 잡아주셨습니다.

협진실이 그런 프로젝트룸인지도 몰랐고요, 저희 선생님을 중심으로 방사선과, 마취과, 대장외과, 간담췌(는 스케쥴로 못오셨고), 암튼 각 파트의 젊으신 담당 선생님들이 쫘악 둘러 앉으신 데에서 둘이 또 오잉또잉 들어가 앉아있는데 얼얼하더라구요. 각 파트별로 소견을 나누고 설명해주시면서 굉장히 빠른 경과고, 수술하기 적시이다 하는 내용이었는데 조용히 듣고만 있다가 제가 그랬죠. "주위에서도 놀라는데.. 저희처럼 대장암4기가 이렇게 항암 8차만에 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나요?" 흔치는 않지만 꽤 된다고만 담담하게 말씀하시는 저희 담당 내과선생님의 대답을 듣고는 활달해보이는 외과 선생님이 되려 웃으면서 물어봐주시는거예요. "선생님, 그럼 이런 케이스가 얼마나 되는 확률인가요?" 제가 시원하라고 물어봐주시는 거였겠죠. 저희 선생님, 그제야 멋쩍게 웃으시면서 한 20프로 정도 됩니다라고 하시는거예요. 와아우. 저 대신에 또 외과선생님이 크게 웃어주셨어요.

그 후로는 급물쌀이었습니다. 목표는 8월말. 수술 전 마지막 항암치료(9차)를 받고 한 달은 쉬어야 수술이 가능해서 그 사이에 차례로 다시 대장외과, 간외과 선생님을 뵈었고, 이런저런 수술전검사를 받으면서 마취과 선생님도 뵙고 그렇게 정신없이 또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은 복강경으로 가능했어요. 대장과 간 두 팀이 들어가서 하루에 수술을 하는 거라 7시간이 걸렸구요. 퇴원도 10일만에 했어요. 이후로 바로 추석이라 온가족이 웃을 수 있어 또 감사했어요.

그렇게 수술 후 한 달을 온전히 회복하는데 쓰고 10월 들어 다시 항암치료를 하는데 와 도로 빡세게 맞았어요.휴.. 다시 시작이구나. 전에 맞았던 거라 그런지 부작용 여드름이 빠르게도 기세등등해서 표적항암제는 바로 조절해주셨지만요. 그렇게 4차를 마치면서 수술 후 첫 항암치료 ct 평가에서 안정적인 결과를 들은 거랍니다. :)

지금까지 14차예요. 작년 3월초 부터 올 1월초까지 10개월 맞죠? 대장암 재발 많은 것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런 천운으로, 주변의 모든 분들의 서포트와 사랑, 기도로 희망을 빨리 받았어요.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나누면서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큽니다. 수술은 했지만 암은 수염깎는 것처럼 생각해야한다는 짧고 명료한 저희 선생님의 말씀처럼 그렇게 또 겸허하고 꾸준하게 살아가려고 합니다.

모두들 힘내세요. 새해에는 더 찬란한 날들이 있으시길 기원합니다. 저희는 이제 부자만 되면 될 거 같아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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